비난받은 정부 대응 그대로
“지역실정 반영 안돼” 지적

“아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예방하려면 낙타 고기 섭취를 피하래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박모(36)씨는 최근 아이가 학교로부터 받아온 메르스 예방수칙을 읽으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낙타고기 섭취 금지’ 등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으로 국민의 원성을 샀던 보건복지부의 메르스 예방 수칙(지난달 20일 발표)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15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와 제주도, 제주도의사협회는 지난 5일 메르스 예방수칙 전단지를 제작하고 도교육청을 통해 도내 전 학교로 배포했다.
전단지에는 메르스의 주요 증상과 함께 ▲메르스로 진단된 환자와의 밀접한 접촉을 피하세요 ▲비누와 물을 사용하여 손을 자주 씻으세요 ▲기침 또는 재채기를 할 경우, 일회용 티슈를 사용해 입을 가리세요 등 기본 생활 수칙이 담겨있다.
그러나 온라인, 언론 매체 등에서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한 ▲멸균되지 않은 낙타유 또는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 섭취를 피하세요 ▲낙타와의 밀접한 접촉을 피하세요 등 보건당국의 지침 또한 그대로 담겨 있어 지역 실정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낙타고기와 낙타유는 국내에서 수입 및 유통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도내 낙타체험 관광업체가 사육 중인 호주산 낙타 24마리는 최근 메르스 감염 검사에서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난달 말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홍보 자료가 내려와 해당 자료를 활용해 전단지를 제작 및 배포했다”며 “당시 메르스와 관련해 당장 홍보할 수 있는 자료가 없었기 때문에 중앙에서 내려온 자료를 가지고 제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