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5 남북정상회담’ 15주년
당시 ‘화해와 통일’ 분위기
올해 6․15공동행사 무산 유감
정치권 이슈 타자화 ‘잔머리만’
메르스도 세월호처럼 우왕좌왕
‘바뀌어야 할 때’ 분명한 상황
오늘은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6·15공동선언’이 있은 지 꼭 15주년이 되는 날이다. 15년 전, 그러니까 2000년 21세기의 길목에서 바야흐로 남과 북이 화해와 통일의 시대로 접어드는 분위기였다.
세계인들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된 것은 물론이다. ‘통일 한반도’가 우리 눈앞에 어렴풋하게나마 그려지고 있었다. 생사조차 몰랐던 이산가족들의 상봉이 이루어졌다.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고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고 개성공단이 조성됐다. 꿈이 현실이 됐다. “한반도는 목하 새로운 시대, 통일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세계 속에서 한국인으로서 자부할 수 있는 시대였다.
그런데 광복 70돌을 맞는 올해 기대가 컸던 6·15민족공동행사가 무산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번 공동행사는 남·북과 해외 동포까지 망라한 계획이었다.
금강산 관광은 막힌 지 7년을 넘기고,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그 동안의 포맷을 버리고 새로운 프레임을 모색해야 할 계제다. 그런데 메르스 사태를 빌어 외면하듯 회피하듯 어물쩍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들은 우리들의 거대 문제를 양자택일 문제로 작게 만들어 더 많은 가능성과 방법을 잃어버렸던 경험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남·북 문제, 통일 문제가 메르스처럼 우리들 가까이 다가왔을 때도 우왕좌왕 허둥대다가 통일 기회를 놓쳐서 주변국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고 우리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타자화시켜 놓고 정치적 계산에 잔머리를 굴리지나 않을까 심히 저어된다.
요즘 ‘복면가왕’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다. 대중매체의 이 같은 프로그램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위 인기라는 계급장을 떼고 오로지 진정한 노래 실력만으로 승부하는 무대다. 스펙으로 포장되고 권력과 지위, 인기가 공정한 판단과 소통에 큰 장애가 되는 사회다 보니 실력만으로 판단하는 게 난해하다 못해 난감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복면가왕이 그 만큼 낯설고 신선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권이나 정부에서의 판단도 법적 제도적 권위와 그 동안의 포맷을 벗어던지고 사회문화 변동에 따른 미래를 위한 진정한 가치 판단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최근의 정치적 발언들에 복면을 씌워 놓고 내용만 살펴보면, 누구의 발언인지 짐작이 되지 않는 발언들이 많은 것 같다.
대통령은 ‘지적질’하고 질책하는 화법을 구사하고, 장관들은 윗사람 눈치 보느라 어디까지 공개할 지 허둥대다 보니, 유언비어가 먼저 국민들 가슴 가까이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요즘 메르스 사태를 두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지난 해 세월호 침몰 때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발표하는 것마다 오류투성이는 물론, 시간이 갈수록 잘못되고 있는 치부만 까발려지고 있다. 국제적 망신도 이런 망신이 있을까 싶다. 이제 바꾸어야 할 것들이 분명해지고 있다.
독일에 이런 유머가 있다. 미국 해군 소속 군함과 캐나다 뉴펀들랜드 해안 관청 사이의 무선 교신 내용이란다. (미국인)“충돌 위험이 있으니 당신의 항로를 북쪽으로 15도 변경하기 바란다.” (캐나다인)“충돌을 피하려면 당신의 항로를 북쪽으로 15도 변경해야 한다.” (미국인)“여기는 미해군 선장이다. 다시 한 번 말한다. 당신이 항로를 변경하라.” (캐나다인)“안 된다. 다시 한 번 말하겠다. 당신이 항로를 변경하라” (미국인)“여기는 미합중국 대서양함대 두 번째로 큰 군함인 ‘USS 링컨’ 항공모함이다. 그러니 당신이 북쪽으로 15도 항로를 변경하라. 그렇지 않으면 항공모함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캐나다인)“ 여기는 등대다!”
요즘 우리나라 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어디서부터 바뀌어야 하는 지 분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누가 먼저 바꿀 것 것인가. 정부와 정치권일까, 아니면 국민일까. 국민이 곧 등대라는 사실은 선거 때만이 아님을 잊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