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국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것은 무슨 때문일까? 그것은 불공정한 게임의 규칙으로 가득한 분노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정의 실현을 갈망하는 간절한 바람과 공정한 사회에 대한 기대심리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12월 14일 대한민국 국회를 방문한 그가 여·야 국회의원들과의 토론에서 남긴 말들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가 가슴에 와 닿는다. 첫째는, 한국사회는 정의에 대한 열정과 그 가치에 대한 공공담론에 참여하고자 하는 열의가 크다는 것이요, 둘째는,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는 일반시민이 민주사회의 관점을 갖도록 교육하고 계몽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인이나 관료들은 애향심을 이야기하면서 진영논리, 내 사람 심기, 낙하산 인사 등 사실상 특혜를 강요하는 사례가 많다.
국제 투명성기구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175개국 중 43위, 55점으로 제 자리 걸음이고 낙제점수인데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언론의 홍수 속에서 매일 터져 나오는 고위층 인사들의 비리가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매우 크며, 업무에 충실한 공직자는 가려지고 부패한 사회만을 크게 부각시키는 일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제주도는 청정한 환경과 자연 경관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유네스코 3관왕에 빛나는 동북아의 보물섬이며 한해 12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세계 속의 평화의 섬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의 사회 환경은 맑고 청정한 자연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의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제주특별자치도는 17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부끄러운 현실 과제를 안고 있다.
청렴함은 공직자의 무기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 청심편에 “청렴은 목민관의 근본적 책무이며 모든 선의 근원이며 덕의 바탕”이라고 했다. 청렴한 공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공정성까지 담보해야 한다. 행정 처리의 공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금품을 받는 것은 당연히 문제지만, 불공정한 행정 처리도 부패의 한 유형이다. 더욱이 세금을 내는 시민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람과 기쁨을 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공무원의 불친절은 부패지수나 청렴도를 평가할 때 중요한 요인이 된다.
‘청렴 제주’를 위해서는 공직사회가 환골탈태하는 노력은 물론 도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 즉 청렴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모두에게 절대적인 필수 덕목이다. 청렴공무원, 친절 공무원을 칭찬하는 사회, 청렴 기관의 희망보고서, 청렴문화 체험, 친절 컨설팅, 청렴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과 청렴실천사례를 언론을 통해 학습하고 소통해야 한다.
언론은 우리사회의 공기,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이룩하는 수단이다. 사회구성원들에게 규범과 관습을 지혜롭게 배우도록 하며 소통 공간의 장의 역할을 하므로 사회과정의 현실적인 이음줄이라 생각한다. ‘반듯하고 투명한 제주사회’를 만들어 가는 일, 도민소통 강화, 사회적 신뢰 확충에 기여하는 일이 지역 언론이 함께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괸당문화’라는 제주의 관습은 수눌음과 상부상조의 정신이 깃든, 제주 공동체를 이루는 키워드다. 그러나 지연 혈연 학연으로 얽혀있는 공동체 문화가 부정청탁이나 불공정 업무처리의 빌미가 돼서는 안 되며 청렴사회로 가는데 걸림돌이 돼서는 더 더욱 안될 일이다.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도는 공정하고 투명한 합리적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공직자의 청렴이 경제성장의 신(新)자원으로 인식되고, 청렴한 제주공동체가 곧 사회적 자본이며, 제주특별자치도를 견인해나가는 촉매제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