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감귤이 산업화된 지도 50년이 됐다. 그리고 감귤이 제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절대적이다. 제주감귤은 제주도민과 애환을 함께해온 귀중한 작목이다. 감귤이 무너지면 1차산업·관광산업이 무너지고 제주경제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혹자는 “왜 감귤산업에만 지원을 확대하느냐”면서 밭작물은 홀대한다는 불만의 소리도 낸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감귤의 위기는 하나의 작목의 위기를 넘어 제주경제 전반의 위기였다.
감귤산업은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 왔다. 1999년에는 감귤과잉생산으로 10만t 이상 불량감귤을 따내어 감귤원에 버려야 했다. 2001년엔 약제를 이용해 2310ha의 감귤을 낙과시키며 휴식년제를 실시했고, 2009년엔 대대적인 열매따기에 의한 휴식년제 1641㏊를 실시했다.
또한 전국을 대상으로 감귤유통조절명령제를 발령(4회), 강제적으로 감귤유통 수급조절을 하기도 했다. 2004년도에는 747억원을 투자, 2600㏊의 감귤원을 폐원하는 등 위기마다 임기응변식 처방을 했었다.
중요한 것은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한·칠레, 한·미, 한·중FTA 등 개방화시대에 값싸고 맛 좋은 과일 수입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5년이 되면 수입과일 25만t이 국내시장에 유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경쟁과일인 사과·배·단감·포도 등은 생산량은 줄이면서 품질은 향상시켜 감귤보다 경쟁력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배의 경우는 2000년도 40만t 생산에서 18만t으로 줄이고 당도는 12∼14브릭스로, 사과는 1만7000t을 줄이고 당도를 12∼14브릭스로 높여 제주감귤보다 훨씬 좋은 가격으로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특히 시설(하우스)딸기가 노지감귤 출하시기와 겹쳐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젊은 층의 망고 등 아열대 과일 선호도가 높아져서 제주감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결국 국내외 과일시장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최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제주감귤은 분명 경쟁력과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다만 그 경쟁력과 잠재력을 어떻게 극대화 시킬 것인가에 대한 처방이 필요하다.
잘못된 관행과 구조의 틀을 혁신하는 것이 전적으로 필요하다. 첫째 감귤농가·행정기관·농협·유통인 등 모두가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생산만 하면 팔리겠지 하는 생각은 더 이상 변화하는 과일시장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비생산적인 보조금제도는 개선돼야 한다. 가공용감귤보전금·감귤생산보조금 등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농협을 통한 계통출하율을 높여야만 한다. 개별농가의 포전거래(밭떼기)가 아닌 농협과 약정 출하물량을 늘려야 한다.
넷째 비상품 감귤의 생산과 유통은 퇴출시켜야 한다. 선량한 농가에 피해가 없도록 무임승차행위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유럽은 1992년, 일본은 1970년대에 비상품감귤 퇴출과정에서 많은 고통과 아픔이 있었다. 이제 제주감귤도 선진국 수준으로 비상품감귤 비율을 9∼10%로 낮추고 상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제주감귤은 도민 모두가 ‘모다들엉’ 살려내야 한다. 생산과 유통과정에 잘못된 관행을 바꾸는 뼈를 깎는 반성, 고통을 이겨낼 때 제주감귤은 새로운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과감하게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줄이고 소비자가 원하는 맛있는 감귤을 생산, 제 값을 받아야 한다. 가까운 일본은 1㏊(3000평)에 생산량이 16∼18t인데 비해 우리 제주감귤의 경우 34t으로 일본의 갑절 수준이다.
감귤산업의 경쟁력은 행정의 노력과 적극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감귤농가의 자구 노력이 가장 우선 돼야할 것이다.
생각을 바꾸면 감귤품질이 달라진다. 사고의 전환을 통해 시장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감귤산업의 재도약 기회를 만들어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