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가 추진하는 ‘제주신항(新港) 개발사업’과 관련 도내 시민사회단체가 한 목소리를 냈다. “도민합의가 선행(先行)되지 않은 신항 개발은 지역사회의 갈등만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18개 단체로 구성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제주신항 계획은 어민 등 이해 당사자의 의견수렴은 물론 도민 공론화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만들어낸 탁상행정(卓上行政)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해수부장관에게 불쑥 먼저 보고한 후 도민 의견수렴은 나중에 하겠다는 것은 제주도민들을 우습게 여기는 처사”란 비판도 나왔다.
이 같은 도내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적은 아주 마땅하고 적절하다. 그것은 제주신항 개발이 일개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제주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이미 밝혔듯이 신항 개발엔 국비와 민자(民資) 등을 합쳐 2조 4670억원이란 막대한 돈이 투입될 예정이다. 공유수면 매립규모도 총 211만3000㎡(약 64만평)에 달한다. 이는 지난 1980년대 2차 매립(16만5400㎡)과 비교할 때 무려 12배(倍)가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단체는 “매립 면적을 지나칠 정도로 넓게 잡는 이유는 항만개발비용을 충당하고 사업 수익성을 맞추기 위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고 꼬집고 있다. 그 진위(眞僞)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도의 발표엔 왜 이토록 넓은 바다를 메워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시민사회단체는 또 “공유수면 매립에 따른 개발이익은 민간투자자에 돌아갈 뿐 주변 상권과 원도심 활성화에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되고, 크루즈 부두 개발을 통한 도민경제 파급효과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 시점에서 향후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기존의 탑동매립 이익 대부분이 지역민이 아니라 개발업자에게 돌아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번 파괴된 자연을 복구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더욱이 바다의 경우 원상회복 자체가 불가능하다. 틈만 나면 ‘제주의 가치(價値)’를 주창하는 원희룡 도정이다. 치열한 고민과 아무런 도민적 합의도 없이 아름다운 탑동바다를 콘크리트로 뒤덮으려는 구상은 재고(再考)되어야 한다. 제주신항 개발은 ‘속전속결’로 처리할 문제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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