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6월초 딸기수확 체험
7시30분 출발 엄수 다짐
10분 늦은 한 가족 두고 출발
뒤늦게 도착 가족 아이들 ‘저희 탓’
약속의 중요성 일깨운 계기
정성 가득 사랑 담긴 딸기도
매년 6월 초가 되면 제주시 한경면 무릉리에 있는 다문화가정이 운영하는 농장에 간다. 1년 동안 열심히 가꾸고 재배한 고품질 딸기를 수확해 생활하는 농업인이다. 이곳에는 딸기뿐만 아니라 하우스 감귤과 토마토도 재배하는데 다른 농가보다 훨씬 당도가 높고 품질이 우수하다고 한다.
이 농장은 딸기 수확이 끝날 무렵 우리 직원 가족들에게 딸기 수확체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다. 2년 전부터 직원들과 자녀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있다.
그런데 직원 자녀들이 어리기 때문에 출발시간을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딸기농장에 가는 5가정 모두와 정확하게 7시 30분에 출발로 하기고 약속을 했다. 만일 시간 내에 도착하지 않으면 바로 함께 못가는 것으로 다짐까지 받았다.
출발 당일 아침 전날 야근을 한터라 무척 피곤했지만 아이들과의 약속이 궁금해 자리를 털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먼저 와서 기다리며 방실방실 웃는 가연이네와 유빈이 남매의 모습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초롱초롱 빛나는 아이들의 눈빛에서 설레임이 읽혔다.
가연이네도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아침마다 늦잠과의 전쟁이다. “가연아 일어나 학교 가야지”하면 “엄마 조금만 더요” 이불속에서 뒤척이다 20~30분을 훌쩍 지내고서야 급하게 늦었다며 아침밥도 먹는 둥 마는 둥 책가방을 챙겨들고 등교하는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이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 스스로 옷을 챙기며 엄마보다 먼저 앞장서서 나왔다고 했다. 아무리 기다리고 기다리던 농장에 딸기 체험 가는 날이라 해도 기특하기 그지없다. 엄마의 다짐도 한 몫한 것 같긴 하다. 엄마는 가연이가 잠들기 전에 “내일 아침 제때 못 일어나면 함께 갈수 없다”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고 한다. 그러자 가연이와 동생은 “내일 일어날 수 있어요. 꼭 깨워주세요”하며 잠들었다고 했다.
출발 약속시간 1분 전 메시지가 왔다. “지금 가고 있습니다” 한 가족이 도착했다. 이윽고 7시30분, 엄마들 보다는 아이들의 눈빛이 진지했다. 마치 심판의 판정을 기다리듯 긴장된 모습으로 보였다. “약속 시간이 됐는데 도착하지 않은 창현이 가족은 함께 갈수 없으니 우리는 출발합니다”며 출발했다. 갑자기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그리고 10분이 되기 전에 창현이네 가족이 약속장소에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왔다. 되돌아 갈수는 없으니 주소를 전하며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농장으로 오라고 했다. 아이들에게 약속에 대한 직접적인 교육을 하고 싶었다. 평소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는 이주민여성들에게 좋은 교육의 기회가 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걱정이 앞섰다. “찾아 올수 있을까. 사고라도 나면 어쩌지?” 우리는 출발 40분만에 농장에 도착했다. 다행히 창현이네도 10여분 지나 도착했다. 우리 모두는 동시에 “우와, 대단하다. 잘 찾아왔네”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창현이에게 말을 건냈다. “무사! 늦언?” “엄마가 아니라 저희들이 잘못해서 늦었어요”. 책임을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드디어 딸기 따기가 시작됐다. 도란 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딸기를 따기가 바쁘게 입으로 먼저다. 두어 시간 남짓 바쁜 손놀림 끝에 가정마다 5개의 상자에 딸기가 가득 찼다.
이렇게 많은 딸기를 어떻게 다 먹느냐고 물으니 대답이 따듯하다. 입덧이 심해서 못 온 동료 직원에게 1상자, 시어머님께 1상자, 친정어머님께 1상자 등등 나눌 곳들이 많았다. 모두가 딸기 한알 한알에 사랑과 정성을 담아 상자를 가득 채운 것이다.
특히 고작 10분 지각했다고 매정하게 먼저 출발한 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은 가연이의 소감으로 풀렸다. 가연이는 “맛있는 딸기를 맘껏 먹을 수 있어서 기뻤다”고 했다. 그리고 약속을 배우게 됐다는 짤막한 소감이 어른들을 감동시켰다. 현금과 바꿀 수 없는 최고의 상품을 직접 수확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분과 함께 약속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체험에 동참한 직원 여러분 가족들에게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