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법원 설치 토론회 유감
상고법원 설치 토론회 유감
  • 임무현
  • 승인 2015.0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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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심 개혁방향 갑론을박
‘상고법원 현실적 방안’ 찬성과 함께
‘국민의 법 감정 역행’ 반대도

국민 의견 묵살된 채 진행
문제는 변호사 강제주의
국민 동의없는 일방통과 우려

지난달 27일 서울대 법학관에서는 ‘상고심 개혁의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고 한다. 그 주된 쟁점은 상고법원 신설이 ‘필요한 것이냐, 국민의 법 감정에 역행하는 제도냐’에 있었다고 알려졌다.

이날 중앙대 로스쿨 이인호 교수는 “상고심 개혁의 근본 방안은 상고 허가제지만, 현재로선 상고법원 설치가 가장 현실적 방안”이라고 주장했고, 서강대 로스쿨 임지봉 교수는 “상고법원 설치는 국민의 법 감정에 역행하는 제도다. 차라리 대법관 수를 20~30여명 더 늘리는 것이 타당하다”며 도입을 반대했다고 한다.

4시간 남짓 진행된 이 토론회에서 양측은 그 접점을 찾는데 실패했다고 한다. 업계도 양분 양상이다. 서울변협은 찬성 입장을, 부산?울산?경남지역 변협은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변협도 “상고법원 설치는 대법원의 권한만 강화하고, 전관예우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거나 위헌 소지가 크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법률전문가들 집단도 이러할진대 정작 수혜 받아야 할 법률수요자인 국민으로서는 헷갈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토론회는 국회 의결을 앞두고 법률전문가들이 모여 상호 견해를 확인하는데 그쳤을 뿐 소득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종 수혜자인 국민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었고, 설사 있었다손 치더라도 묵살되거나 배제된 채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저 그들만의 링 위에서 갑론을박 허공으로 펀치만 날리다가 무승부 상태로 내려온 셈이다. 오죽했으면, 한 유력 중앙 일간지가 1면 헤드라인 기사로 ‘국민 입장에서 보라’고 쓴 소리를 했겠는가.

그나저나 법률전문가 외 대다수 국민은 이날 토론회 쟁점인 상고법원 설치가 왜 필요한지, 그 설치가 왜 법 감정에 역행하는지 아는 이가 드물다는 것이다. 차제 법률소비자인 국민의 편익과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는 제도를 만들어 줄 것을 권고하고자 한다.

살펴보면, 상고법원 설치 논란은 상고사건 수가 점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법관 수를 늘리면 그만일 터다. 상고법원 설치 또한 종국적으로는 대법관 수를 늘리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상고법원 설치 논란 속에 숨어 있는 제도 하나를 끄집어 드러내야만 한다. 대법원에 상고하려면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필수적 변호사 대리제도가 그것이다. ‘변호사 강제주의’다. 쉬운 말로 돈 없는 사람은 대법원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제도다. 국민을 무지렁이로 취급하는 발상이다.

그런데, 위와 같이 정작 국민의 권익과 직결되어 있는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 문제는 상고법원 설치 여부 논란 속에 묻혀 논의조차 안 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적어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한 점에서는 그렇다.

문제는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 내용을 담은 민사소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변변한 논의조차 없이 상고법원 설치 논란 속에 묻혀 국민 동의도 얻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통과돼 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건 꼼수다.

왜냐하면, 변호사 강제주의 조항을 신설한 위 개정 법률안은 논란의 상고법원 설치 등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일부 개정 법률안’의결을 전제로 하므로, 동 법률안 통과시 꾸러미로 자동 도입, 시행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연막전술인가. 일반 국민과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제도인데도 말이다.

사실 국민에게는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 문제가 매우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상고법원 설치 논란 속에 묻혀 논의조차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유전무전을 떠나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은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서, 헌법이 추구하는 최상위 가치이기 때문이다.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 논의가 배제되고 있는 것을 보는 그들 입법자들의 입가에 띤 야릇한 미소가 차라리 살 떨림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법률소비자의 뜻과 상관없이 돈 없으면 대법원 재판을 받을 수 없는 ‘변호사 강제주의’, 자칫 꾸러미 법률조항으로 빌붙어 우리 곁에 다가올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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