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는 예로부터 돌·바람·여자가 많다고 해 삼다도로 불렸고 지금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으로서 그 이미지가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하지만 오늘날의 삼다도는 그 의미가 좀 달라졌는데, 저마다 의미를 두고 싶은 것들을 골라 담아 ‘신삼다’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 중 인구대비 자살률·음주율·비만율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높아서 그것을 신삼다라고 한 것은 씁쓸하지만 가장 적절한 골라 담기인 듯해 헛웃음이 난다.
아름다운 풍경 따위로 포장하는 것은 이제는 역부족인 것이다. 버스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는 요우커들에게는 아름다운 올레길이지만, 생업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서귀포시에서 제주시로 넘어가야 하는 우리의 부모님·형제·자식들에겐 그저 구불구불 아무렇게나 굳어버린 용암길일 뿐일 수 있고, 그 길을 건너는 일은 피곤하고 힘들다. 서귀포시에서는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 종종 제주시까지 가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괜히 억울해서 드는 생각이다.
이런 서귀포시 지역에서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서귀포의료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지난 5월에 정신건강의학과가 개설된 것도 그 일환이다. 자살률이 전국 최고수준도 모자라 증가추세에 있는 제주에서 어쩌면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생각도 들지만, 점차 의료원이 쇄신하기 위한 조건을 갖춰간다는 것에 희망을 가져도 좋을 거 같다.
뭐가 잘못됐는지 모를 때는 해결방법이 없다고 느껴져 절망스럽지만, 무엇이 잘못 됐는지 알게 되면 최소한 절망스럽지 않다. 병식을 갖고 고쳐볼 동기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신삼다란 병을 앓고 있는 제주도민에게 병식을 갖게 하는 역할을 정신건강의학과가 하게 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서귀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도 좀 더 내실을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