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개 껍질묶어 그녀의 목에걸고/물가에 마주앉아 밤새 속삭이네/저 멀리 달그림자 시원한 파도소리/여름 밤은 깊어만 가고 잠은 오지않네/랄랄랄랄랄랄라 랄랄랄랄랄라 랄랄랄랄라 랄랄랄라 랄랄랄랄랄라”
통통 튀는 음의 반주에 맞춰 가수 윤형주 작사·작곡의 ‘조개껍질 묶어’가 흘러 나왔다. 노래를 부르는 10여명의 남·녀의 손에는 손바닥 두 개 크기의 현악기가 들려 있었다. 각자 악기를 연주하며 합창을 했다.
악기는 줄이 4개에 불과했지만 다양한 음색을 냈다. 손 끝이 움직일 때마다 ‘통통’ 거리는 맑고 밝은 소리가 나왔다.
이들이 연주하는 악기는 우쿨렐레(ukulele)다. 우쿨렐레는 ‘통통 튀는 벼룩’이라는 뜻이다.
지난 2일 늦은 밤 제주시 이도2동에 있는 한 지하 연습실. 회원들이 모여 연주를 배우고 있었다.
제주우쿨렐레동호회(회장 장창언) 회원들이다.
이민환(34)씨도 이날 자리를 함께했다. 그는 한 번의 음 이탈 없이 매끄러운 연주를 선보였다.
이씨는 “기타를 배우던 중 TV에서 우쿨렐레라는 악기를 알게 됐다”며 “호기심에 한번 배웠는데 ‘통통’거리는 음색에 반해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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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렐레 동호회는 선배가 후배들에게 주법을 가르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이날은 이씨가 그 역할을 맡았다. 이씨는 ‘퍼커시브 주법’을 강의했다.
퍼커시브 주법은 타악기를 치듯이 악기를 두들겨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이씨는 손끝으로 우쿨렐레를 두드리며 시범을 보였다.
회원들은 처음엔 어려워했다. 음이 이탈된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하지만 금새 익숙해졌는지 다 같이 한 음을 내기 시작했다. 주법이 익숙해지자 ‘조개껍질 묶어’, ‘좋아좋아’, ‘여우야’ 등 노래를 함께 부르며 연주했다.
우쿨렐레는 비슷한 악기인 기타보다 줄이 2개 적다. 주법도 비교적 간단하다. 하지만 너무 쉽게 봤다가는 큰 코 다친다.
기본 주법만 10여개에 이르는 데다, 왼손과 오른손의 역할을 잘 이해해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날 배운 ‘퍼커시브 주법’의 경우 손끝으로 악기를 두드리는 동시에 튕기면서 음을 내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회원 강선영(35·여)씨는 “우쿨렐레를 접한지 반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실수를 많이 한다”며 “열심히 배워서 한곡 멋지게 연주하는 것이 목표”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김수종(28)씨도 “처음엔 정말 쉬웠는데 배우는 주법이 늘수록 머릿속이 복잡해 졌다. 하지만 그만큼 연주할 수 있는 범위도 늘어나서 뿌듯해 진다”며 “요새 직장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많이 연습을 못했는데,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밝혔다.
제주우쿨렐레동호회에 가입된 회원 수는 700여명. 현재 이 중 50여 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은 입문반, 복습반, 심화반, 연주반 등 4개로 구성돼 있다.
우쿨렐레만 준비한다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입문자용 우쿨렐레는 5~10만원선이다. 동호회 가입비는 2만원, 월 회비는 만원이다.
동호회원들은 두 달에 한번 연주회를 열고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인다.

"공연문화 활성화 위해 연주기회 많아져야"
▲동호회는 어떻게 만들어 졌는가.
2011년 나를 포함한 직장인 6명이 작은 모임을 만들었다. 그때 제주에는 우쿨렐레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자주 만나 주법이나 악기정보를 공유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동호회가 됐다. 6명의 회원이 50명이 되고, 100명이 되더니 지금은 700명에 달한다.
▲배우기 어려운가.
타현악기의 대표인 기타와 비교했을 때 우쿨렐레는 익히기 정말 쉽다. 배운 당일 간단한 동요를 칠 수 있을 정도다. 그렇게 주법을 하나, 둘 익히다보면 어느새 우쿨렐레로 기타 못지 않은 ‘멋’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욕심 부리지 않고 1년 정도 주법을 연습하다 보면 ‘우쿨렐레 마스터’가 돼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쿨렐레는 휴대하기도 쉬워 어디서든 연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회원 모집은 어떻게 하나.
한 달에 한번 ‘입문반’ 회원을 모집한다. 이 회원들은 선배들의 강의를 들으며 기본 주법들을 배운 뒤 복습반으로, 또 심화반으로 넘어간다. 마지막 연주반을 마치고 나면 그 회원이 또 신규 회원을 가르치게 된다. 일종의 ‘재능기부’이기 때문에 교습비는 거의 들지 않는다.
▲운영에 어려운 점은.
순수동호회로 운영되다 보니 큰 공연을 할 때 비용 부담이 많다. 문화 활성화 차원에서 우쿨렐레 공연 장소나 기회가 많이 주어졌으면 한다. 우쿨렐레는 다른 지역이나 다른 국가와의 문화 교류의 매개체 역할도 할 수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