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노형동에 들어선 대형 농산물유통센터가 정작 ‘마트’ 중심으로 운영 중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총 면적이 8578㎡에 이르는 유통센터는 제주시농협이 건립한 것. 1층 농수축산물 코너와 2층 생필품 코너, 3층 사무실 및 회의실, 지하 등으로 이뤄져 있다.
당초 제주시농협은 유통센터 건립과 관련 지역상권의 반발이 거세자 “2층의 경우 로컬푸드 및 친환경농산물 판매장으로 운영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었다. 그러나 현재 영업에 나선 유통센터 2층은 일반 생활용품만 판매하고 있다. 더욱이 선풍기 등의 가전제품과 자동차용품까지 진열하는 등 기존 하나로마트 매장과 하등 다를 바 없다.
이는 당초의 약속(約束)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지역상권의 뒷통수를 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로컬푸드와 친환경농산물 판매 활성화를 위해 유통센터를 건립한다는 주장은 단지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무마책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급기야 제주시가 2층을 생필품 매장으로 운영하는 것은 허가사항 위반이라며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지만 농협은 이마저 일축하고 있다. 양용창 조합장은 “원상복구 명령은 건축법에 근거한 것일 뿐, 제주도 도시계획조례에 소매점도 가능하도록 돼 있다”며 변호사의 의견 등을 종합해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버티는 중이다.
사(私)기업도 아닌 농협이 이래선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는 어느새 거대한 ‘공룡(恐龍)’이 되어 갖은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도심 골목상권이 죽고, 농촌의 구멍가게가 대부분 사라진 것도 하나로마트가 가져온 폐해다.
물품을 값싸게 공급한다는 것을 빌미로 자신들 돈벌이에만 혈안(血眼)이 된 농협의 행태가 일반 사기업과 뭐가 다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유통센터는 ‘마트’가 아니라 농산물유통센터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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