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예금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
고객 예금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5.0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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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납 업무 담당 수억원 횡령
수협·신협 직원 2명 붙잡혀
잇따른 사건에 불안감 증폭

허술한 현금 관리·감독 체계를 악용해 고객이 맡긴 수억 원의 돈을 빼돌린 수협과 신협 직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민금융기관인 제2금융권의 현금 관리·감독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자신이 근무하는 도내 모 수산업협동조합에서 5억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부모(34·여)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부씨는 2010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현금 출납 업무를 담당하며 전산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모두 188차례에 걸쳐 5억 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부씨는 부모와 친구 등 명의의 8개 차명계좌에 허위로 입금한 뒤 다시 자신의 계좌로 이체시켜 현금지급기에서 인출하는 방법으로 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부씨는 본점에서 현금 보유량 검사가 나오자 이미 검사를 마친 금고의 현금을 숨겨뒀다가 현금출납기의 현금과 합치는 수법으로 범행을 감추는 치밀함도 보였다.

부씨는 횡령한 돈을 채무 변제, 카드대금 결제, 아파트 구입 중도금 등으로 사용했으며, 수협 자체 감사 결과에서 자신의 범행이 드러나자 횡령 금액 모두를 변제하고 현재 대기 발령된 상태다.

제주동부경찰서도 자신이 근무하는 도내 모 신용협동조합에서 4억1000만원 상당의 고객 돈을 가로챈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박모(39)씨를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013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출납 업무를 담당하면서 60여 차례에 걸쳐 4억1330만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감독자가 입출금 전산 자료와 보관 중인 현금을 직접 비교하지 않는 점을 악용해 고객으로부터 정기예금 명목으로 예치 받은 돈을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서민금융기관인 제2금융권 직원들의 횡령 사건이 잇따르면서 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체계적인 관리·감독 시스템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금융기관이 규정된 정산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며 “관리·감독자의 과실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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