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 마음의 통일이 중요
제도적 통일만은 소용없어
전문가의 ‘통일음반’ 감동
올해 분단 70년 행사 다양
청소년 통일공감대 형성 중요
문화감수성 공유 기회 됐으면
지난해 말 음반을 하나 선물 받았다. ‘만날 수만 있다면’, ‘통일 이야기’ ‘임진강’, ‘꿈에라도 다시 한번’, ‘보내는 마음’, ‘휴전선’ ‘한강에서 두만강까지’, ‘금강산’, ‘아버지와 북녘하늘’, ‘철마의 꿈’ 등이 음반에 수록된 곡의 제목이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통일을 노래한 ‘통일음반’이고, 분단의 아픔을 그리고 통일에 대한 갈망을 담은 음반이다. 음반을 내신 분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김영수 교수다. 북한 정치학을 전공하고 북한연구학회 회장을 지냈고 북한과 통일문제에 관련해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문 연구자다.
이런 분이 직접 노래를 부르면서 음반을 발표한 이유가 궁금했다. 김 교수는 “사람들의 마음이 통일 되지 않으면 제도가 통일 돼도 소용이 없다. 이번 앨범을 통해 세대의 격차를 노래로 메워보자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분단이나 이산가족 등의 문제를 잘 모르던 젊은 세대들이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느낀 바가 많았듯이 ‘통일이야기’ 앨범을 들으면 감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통일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마음이 하나가 되지 않으면 무리하게 제도를 합쳐놔도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얘기를 들으며 제작자의 뜻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지난해 ‘민족화해 제주포럼’에서 김영수 교수의 주제발표를 들으면서 했던 고민이 다시 떠올랐다. 우리가 ‘오징어’라고 부르는 것을 북한사람들은 ‘낙지’라고 부르고 우리가 ‘낙지’라고 하는 걸 북한에선 ‘오징어’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충격이었다.
담배 1보루를 얘기할 때 북한에서도 우리와 같이 10갑으로 통용될까? 땅 한 평이라고 할 때 재는 척도는 우리와 같을까?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북한을 제대로 모르면서 통일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이제까지는 당연히 남한 쪽의 입장만 생각을 했었는데 북쪽의 입장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자비로 통일음반을 내고 음악으로 통해서 남·북 간의 격차를 조금이나마 줄여보려고 노력하는 김영수 교수를 보면서 통일이 비단 정치와 제도뿐 아니라 사회문화를 합치는 일이고 그 일이 내가 해야 할 일이 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전 토크콘서트에서 탈북피아니스트 김철웅씨의 연주와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처음에 탈북자라는 얘기를 들었을 땐 “어떻게 생겼을까? 어떤 말투일까? 어떤 연주를 할까?” 등 여러 가지 호기심이 들었는데, 직접 보니 키도 크고 호남형에 말투도 거의 표준어라 탈북자 같지 않았다. 이 말을 누구에게 했더니 “그럼 북한 사람들은 다 키도 작고 못생겼든 머리에 뿔이라고 달고 다니는 줄 알았냐”는 핀잔을 들은 후에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 북한에 대한 선입관이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됐다.
그날 연주는 모두 수준급이었고 작은 무대에서 업라이트 피아노였지만 정말 열심히 치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그날 들은 그의 말 한마디와 아리랑 변주곡이 오랫동안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남북 음악의 차이보다 동질성을 알려주고 싶어요. 언젠가 한국인들이 북한의 노래를 들었을 때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 하고 싶어요. 문화적으로 공감대가 이루어지면 통일이 된 후에 서로를 잘 이해하고 빨리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북한과 관련된 두 분을 만나면서 북한에, 통일에 조금 관심을 갖게 됐다. 올해가 광복 70년, 분단 70년이 되는 해라고 여기저기서 통일과 관련된 행사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중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들도 많이 있다.
통일시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들이 많은 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비단 머리로 이해하는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없지 않다.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통일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1회성 행사도 청소년들에게 의미가 있겠지만 통일 후의 이질감을 극복하려면 공감대 형성과 문화감수성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
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