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동 해안은 제주시민, 아니 도민들의 아련한 추억이 깃든 곳이었다. 그러나 경제논리를 앞세운 난(亂)개발로 인해 모든 게 묻혀졌다. 아마도 제주지역 개발 사상 ‘최악’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최근 제주자치도가 내놓은 탑동 신항(新港) 개발 구상이 거센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계획안을 보면 오는 2030년까지 국비 및 민간자본 2조 467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항만 및 배후부지 등 매립 규모만도 211만3000㎡(약 64만평)에 달한다.
제주도의 신항 구상은 초대형 크루즈부두 및 국제?국내여객, 마리나 부두 개발이 골자다. 기존 제주외항의 경우 항내수역 협소로 15만t 이상 초대형 크루즈선이 이용을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것. 내항 또한 선석 포화 및 선박의 대형화로 제기능을 못해 항만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계획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탑동 항만개발과 관련 일관성(一貫性)이 없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그동안 마리나시설을 갖춘 탑동항만 개발계획을 추진하다 주민들의 반발로 월파(越波)피해 방지시설로 계획을 축소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크루즈 건도 그렇다. 도는 내년부터 2018년까지 ‘제주외항 3단계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강정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 완공되면 크루즈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자신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또다시 초대형 크루즈 운운하고 있으니 스스로 자기 주장을 뒤집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신항 계획에 나타난 매립면적을 보면 지난 2013년 탑동 앞바다를 매립해 항만을 개발하려다 제주도사회협약위원회 등의 반대로 무산된 면적(31만8500㎡)보다 무려 6배가 넘는 규모다. 어업을 생업으로 하는 어민들이나 환경단체 등이 크게 반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제주의 연륙교통 환경을 개선하고 물류 기능을 강화하는 신항 개발의 필요성은 도민들도 공감한다. 하지만 갑작스레 발표한 탑동 신항 개발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인지 분명치 않아 논란만 부추기고 있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은 2일 논평을 통해 “신항 개발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도민 합의가 선행(先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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