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환경수도는 2012년 제주에서 개최된 제5회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처음으로 공식 논의됐다. 하지만 정확한 정의와 개념은 없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생태도시·에코시티의 개념 등으로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보면 ‘세계환경수도는 환경을 최상의 가치로 삼아 자연환경과 미래세대의 이익을 고민하고, 글로벌 환경문제에 모범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도시’라 여겨진다.
여기서 글로벌 환경문제라면 최우선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일 것이다. 지금 국제사회는 기후변화로부터 인류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최고의 이슈로 여기고 있다. 지난 2월 환경부와 기상청에서 발표한 한국기후평가보고서에 의하면 우리의 삶의 터전인 한반도는 2001년부터 매 10년 마다 평균 0.5℃가 상승한다고 한다. 그래서 2100년이면 한반도의 평균 기온이 4.5℃ 상승, 겨울과 봄에는 가뭄, 여름에는 홍수·폭염이 반복되는 이상기후가 반복될 것이란 전망이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요인은 화석연료의 사용이다.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안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POST-2020 신(新)기후체제 협상 당사국들 중 유럽연합을 비롯한 미국·중국 등은 이미 2020년 이후 온실가스배출 감축 이행공약을 공표한 바 있다. 나머지 국가들도 감축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노력에는 선진국도 후진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나라도 2020년에는 탄소배출 예상량의 30%를 감축하는 의무를 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중화학공업 등 높은 에너지사용량을 보이는 업종의 비중이 높아 탄소배출감축 의무 이행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가 세계환경수도로 인정받는 일은 의미가 크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실정에 부합하는 탄소배출감축 정책을 모범적이고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지역 에너지 자원을 활용한 대체에너지 개발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30년까지 2.3GW 규모의 육·해상 풍력발전사업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 보급을 확산, 도내 전력수요의 96%를 청정에너지로 공급하기 위한 ‘탄소 없는 섬 제주’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둘째, 철저한 에너지 수요 관리다. 자가용의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의 이용편의를 제고,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 나아가 스마트 그리드에 의한 전력수요의 효율적 관리에 의한 전기에너지 절감, 집단에너지 사업 등을 통한 열관리 효율성 제고, 에너지 절약 정책의 효율적 추진 등의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셋째는 조림사업 등을 확산, 탄소를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다. 제주는 소나무 재선충의 영향으로 급격하게 조림이 훼손되고 있어 대체 조림사업에도 힘써야할 때다.
다행히 제주는 위의 3가지 방안을 가장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탄소 없는 섬 제주’의 실현을 통해 우리나라의 탄소감축의무 이행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시베리아 동쪽에서 불어오는 발달된 북서풍을 마주함으로써 이용률이 높은 풍력에너지 개발이 가능하다. 1시간 내에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도로망이 구축, 전기자동차 등에 의한 수송에너지 효율성 제고도 가능하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산과 오름이 많아 산림 확대가 용이하다. 이를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차별화된 세계환경수도로서 모범적 기능을 부여 받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면 세계인의 이목은 관광뿐만 아니라 에너지자립 모델 도시로서의 제주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게 될 것이다. 그 때 저녁노을 속 지평선 너머 오름 사이 바람 골에서 돌아가는 풍차의 모습은 그 자체가 환경지킴이이고 최고의 경관으로서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