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세대의 현충일에 대한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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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매일
  • 승인 201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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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지미 제주시 주민복지과

부산 UN공원 입구에서 4명의 젊은이들이 공원에 들어가지도 않고 묵념을 하고는 발길을 돌렸다. 운동복 차림으로 UN공원에 들어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세계지도 어딘가에 있는, 대한민국의 어느 땅에서 젊음과 정열을 목숨으로 대신한 영혼들에 대한 명복과 군 입대를 눈앞에 둔 젊은이들이 알 수 없는 감정들로 복잡했을 그 순간, 그들만의 할 수 있는 최선은 묵념이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은 휴전이라는 3·8선을 그어 놓고 젊음과 정열을 애국이라는 의무와 책임을 지어 놓고 군대라는 또 다른 사회로 향하게 하고 있지만, 아마도 젊은이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거창한 애국보다는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소박한 마음이 더 컸을, 그래서 가슴이 더 아픈 6월이다.

6월 6일을 현충일로 정해 추념식을 거행 한지 올해로 60번째를 맞고 있다. 제주시에서도 애국선열과 전몰군경 등의 숭고한 호국정신을 추모하기 위해 제주시 충혼묘지를 비롯해 한림읍 등 7개 읍·면 충혼묘지에서 일제히 추념식이 거행 된다. 모든 가정에 조기를 달고 오전 10시에 사이렌이 울리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1분간 명복을 비는 묵념을 올려주길 바란다.

제주시에서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순국선열 및 전몰군경 등 국가유공자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표시로 생활이 어려운 보훈가족 위문과 모범 국가유공자에 대한 표창 수여, 전적지 순례 등 다양한 시책이 이뤄지고 있다.

한 없이 연약하고 개인주의만 가득할 것 같은 스마트폰 세대들도 현충일에는 술을 마시지 않고 조용히 하루를 보낸다. 그들만의 자연스럽게 이어져 오는 값진 희생에 대해 명복을 빌고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한 세기가 가기 전에, 숭고한 희생정신이 잊혀 지기 전에 UN공원처럼 시민들과 가까이에서 참배하고 뜻을 기릴 수 있는 그런 열린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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