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언비어·怪談 등 난무
‘메르스 공포’ 급속 확산
제주도 비상체제 돌입
정부 초기대응 미흡 禍 불러
전문가 “과도한 우려 자제를”
손씻기 등 개인위생 철저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급속하게 확산되며 제주에도 비상이 걸렸다. 제주자치도는 1일 기존의 메르스 방역상황반을 대책본부로 확대했다. 위기대응 체계도 주의단계에서 경계단계로 격상(格上)해 행정부지사가 본부장을 맡았다. 메르스가 제주관광에 미칠 영향 등 사태의 엄중함을 감안한 조치다.
이날 제주도는 권영수 행정부지사 주재로 유관기관과 관련단체를 망라한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메르스 유입 차단 및 대응방안 마련에 주력키로 했다. 대책본부가 주안점을 두는 것은 우선 입도객들에 대한 검역활동 강화다. 중국 등 직항노선을 통해 입국하는 경우 전원 발열(發熱) 감시 및 체온측정 검역을 실시키로 했다. 특히 중동지역 입국자 중 인천공항을 통해 입도하는 경우에는 명단을 별도로 확보해 2차 추적조사 및 발열 여부 등을 모니터링 하게 된다.
지난달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뒤 1일 현재 국내 메르스 확진환자는 18명으로 늘었다. 제주지역에서는 아직까지 메르스 증상으로 신고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SNS를 통해 괴담(怪談)과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점차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관계당국은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 등의 유포 행위를 엄단한다는 방침이지만 무능하고 불투명한 보건당국의 대응이 오히려 화(禍)를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미숙한 판단과 늑장 대응으로 ‘골든타임’을 놓쳤을 뿐만 아니라 후속조치마저 제대로 못했다는 것. 뒤늦게야 정부가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국민들의 불신(不信)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메르스는 지난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신종 전염병이다. 발생 원인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중동(中東)판 사스’라고 불린다. 증상은 주로 발열을 동반한 기침과 호흡곤란 등이다. 지금까지 백신 및 치료제는 없는 상태로, 감염경로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낙타가 유력한 ‘용의자’로 알려졌다.
현재 메르스와 관련해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각종 정보가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환자수와 사망자만 하더라도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질병통제센터의 통계가 서로 다르다. 치사율(致死率)도 천차만별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43.3%인데 반해 아랍에미리트(UAE)의 치사율은 13.2%에 그쳤다. 감염환자가 있는 국가 가운데엔 사망자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정보가 괴담이나 유언비어(流言蜚語)를 양산하고 바로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며 과도한 우려를 자제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WHO가 낙타와의 접촉을 피하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중동을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단적인 예라는 것이다.
메르스 전파는 환자와 같은 공간에 동시에 머물면서 ‘비말(飛沫·환자의 기침 등에서 배출되는 분비물)’ 감염 등 밀접한 접촉이 있어야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스쳐가는 정도의 접촉으로는 감염이 되지 않고 공기로도 전파가 되지 않는다. 평상시 비누와 세정제 등을 사용한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면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급증한 것은 정부의 초기 대응이 늦어진 탓이다. 최초 확진(確診)환자는 격리되기까지 9일간이나 의료기관 4곳을 돌며 바이러스를 전파시켰다. 정부의 무능이 사태 확산과 사람들의 불신을 자초한 꼴이다.
국민들은 ‘당당한 정부’를 원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엔 세월호 참사(慘事) 등에서 보듯이 ‘고개 숙인 정부’와 ‘뒷북 행정’밖에 남아 있지 않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당면 현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국민들의 기대와는 아주 거리가 멀었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 공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국회를 질타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시행령 등 정부의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개정 국회법과 관련 ‘거부권 불사(不辭)’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원칙을 강조한 것이라고 애써 두둔하나, 국민들에겐 ‘지독한 오기(傲氣)’로만 비쳐지고 있으니 실로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