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사는 지적 장애여성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이른바 ‘제주판 도가니’의 가해자 중 한명인 아파트 입주자 대표에 대한 징역 18년형이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 받은 박모(56)씨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31일 밝혔다.
박씨는 제주시내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로 일하며 2006년 12월부터 2013년까지 이웃 지적 장애여성 4명을 10여 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조사결과 피해자 중에는 모녀 사이도 있었는가 하면 임신할 때마다 낙태시킨 후 다시 성폭행을 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박씨는 교도소에서 피해자에게 협박편지를 보내는가 하면 공판 도중에는 ‘10년이든, 20년이든 출소하면 피해자들과 고발인 등에게(찾아가) 피바다를 만들겠다’ ‘죽여버리고싶다’면서 복수를 다짐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다.
박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지만, 2006년 5월 아파트 인근 과수원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한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면소(免訴·형사 소송에서 공소권이 없어져 기소를 면하는 것)판결을 받은바 있다.
대법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 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면소 부분 및 무죄부분 제외)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며 “피고가 상고 이유를 통해 주장하는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의 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검찰의 상고 이유에 대해서는“상고 이유의 주장과 같이 형벌 불소급의 원칙 및 공소시효 배제 규정에 대한 부진정소급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했다.
한편 제주판 도가니 사건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제주시내 모 아파트 주민 7명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웃여성들을 성폭행한 사건이다. 7명 가운데 4명은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하지만 나머지 3명은 항소심에서 공소시효 완성으로 면소 판결을 받고 석방됐다. 이들은 2002년 4월 A씨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B(당시 23세·지적장애 2급)씨를 집으로 데려가 번갈아 성폭행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과정에서 성폭행 사실을 인정했으나 “공소시효가 지난 만큼 처벌을 할 수 없다”며 법리오해를 주장해 왔다.
당시 검찰은 성폭법상 공소시효가 완료되기 전인 2011년 11월 성폭력특례법이 개정돼 공소시효를 배제한 만큼 ‘부진정소급효’를 적용할 경우 유죄가 인정된다고 봤다. 이에 대해 1심은 옛 법률상 공소시효가 지났더라도 개정된 법률의 입법취지와 사회적 공익을 고려해 공소시효 유지로 해석해 유죄로 봐야 한다고 판단, 징역 7년~10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시효 완료일 이전 개정안에 소급적용에 관한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만큼 형사소송법상 원칙적으로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다”며 면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