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석의원 9명 중 찬성 3명, 반대 6명으로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 실시의 건’은 부결됐습니다” -고교생들의 ‘모의(模擬) 도의회’에서 나타난 뜻밖의 결과다.
지난 27일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제3회 고교 모의의회 경연대회는 도내 14개 고등학교 학생 140여명이 참가, 실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열기가 높았다. 이번 임시회의 안건은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 실시의 건’ 등 모두 4건. 학생들은 찬반토론 등 실제 의사진행과 똑같은 방식으로 임시회를 진행했다.
첫 번째 안건은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이었다. 치열한 찬반(贊反)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반대측으로 나선 학생이 포문을 열었다. “가족들과 아침밥을 먹고 여유있게 등교할 수 있을 것이란 당초 기대와는 달리 시행 첫 해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질책했다. “맞벌이 부모의 출퇴근 및 학력(學力)저하 문제 등 많은 우려가 있는 만큼 해당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또 다른 반대측 학생의 비판 강도는 더 높았다. “늦어진 등교시간 때문에 학원 수업이 늦어지거나 새벽반을 운영하는 학원도 늘어 결국 학생들의 피곤함만 가중되고 있다”며 반대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이에 대한 찬성측 학생의 논리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학생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5~6시간으로 미국수면재단이 권장하는 7시간에 미치지 못한다”고 전제, “점차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만큼 학생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제도는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찬반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곧바로 표결에 돌입했고, 그 결과 찬성 3명, 반대 6명으로 결국 안건은 부결(否決)됐다. 이석문 교육감이 대표적인 정책으로 추진 중인 ‘아침이 있는 등굣길’이 직접적인 당사자인 학생들로부터 ‘거부’를 당한 셈이다.
이를 학생들의 치기(稚氣)로만 보고 단순하게 웃어 넘길 일은 아니다. 찬반토론에서도 나타났듯 이 정책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에 부작용 또한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있으면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며 제대로운 정책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 같은 일은 비단 교육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제주자치도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번 고교 모의 의회는 어떤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강하게 각인시켰다. 정책 결정권자들이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