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작지만 행복한 우리학교 <10>사계초등학교

전교생이 단원인 '사계바다소리 오케스트라' 서로의 연주를 들으며 어울림 과정 직접 채득 동시 암송 프로그램, 아이들 맑은 심성에 도움 |
■ ‘사계바다소리 오케스트라’
여름 햇볕이 정수리 위로 따갑게 내리 쬐던 지난 26일, 사계초등학교 교정에 부드러운 클래식 선율이 울려 퍼졌다. 음악을 따라 다다른 곳은 체육관. 이곳에서 3~6학년 학생들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콘트라베이스 등 각자의 악기 소리를 하나의 아름다운 음악으로 탄생시키고 있었다.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스타카토!” 아이들의 눈동자가 정선영 오케스트라 담당교사의 하얀 지휘봉 끝을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악기를 다루는 아이들의 예사롭지 않은 손길에 악보의 빼곡한 음표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귀를 즐겁게 했다. 합주하는 아이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아닌 여유로움 가득했다.
사계초의 자랑 ‘사계바다소리 오케스트라’는 전교생 72명을 단원으로 두고 있다. 예비 단원인 1~2학년은 플루트를 배우며 악기 연주의 기본을 쌓고, 3학년부터는 자신이 선택한 악기로 강사의 도움을 받아 오케스트라 활동을 펼친다.
사계초와 음악과의 인연은 올해로 6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2010년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인 1인 1악기 연주를 시작한 후 2011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1학생 1악기 아름다운 예술여행’ 사업에 선정돼 악기 구입 등을 위한 예산 1억34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어 2012년 교육부 선정 ‘학생 오케스트라 운영학교’로 지정되면서 그해 6월 5일 사계바다소리 오케스트라를 창단, 2013년 1월에 첫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이와 맞물려 2013년부터 오는 2017년까지 제4기 제주형 자율학교로 지정되면서 정규교육과정, 방과후학교 등을 통해 매주 4시간의 오케스트라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사계초 오케스트라 역사의 산증인(?)인 전교어린이회장 (김)민우는 “1~2학년 때는 바이올린을 연주했는데, 3학년 때 사계바다소리 오케스트라가 생기면서 비올라 연주를 시작했어요”라며 “오케스트라로 음악 실력도 많이 늘어서 웬만한 음악은 조금만 연습하면 연주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민우는 “따로 연습을 했을 때 들을 수 없던 여러 멜로디가 합쳐져 하나의 음악을 완성할 때 정말 아름다워요”라며 “제가 이 학교 오케스트라 단원인 것이 자랑스럽기 때문에 연습도 항상 즐거워요”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 꽃처럼 고운 입을 가진 모래내 아이들
사람아
입이 꽃처럼 고와라
그래야 말도
꽃같이 하리라
사람아
황금찬 시인의 ‘꽃의 말’ 전문이다.
학생들의 일상화된 언어폭력이 사회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아이들의 싱그러운 입에서 나오는 비속어와 욕설은 여전히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사계초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말이 예뻐지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 비법은 바로 사계초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마음 밭에 뿌리는 꽃씨’ 동시 암송 프로그램에 있다.
사계초는 학생들의 자존감, 배려심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특색교육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조회시간 암송 시 자율발표, 따뜻한 한솥밥 사계 온모임, 학급별 독서 활동, 생활디자인, 튼튼체육(검도), 사계 인증제(독서, 체육, 연주), 사계 미술관 등 많은 특색교육활동 중 학생들의 자율성이 가장 중요시되는 활동은 동시 암송 프로그램이다.
사계초는 지난 2월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시를 계절별로 묶어 암송집을 발간했다. 사계절 중 한 계절을 다 암송한 학생은 작은 선물과 격려를 받기 때문에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시를 암송해 교무실 한쪽 벽에 붙은 암송 기록표의 칸을 채워나간다.
학생들의 시 암송 검토를 맡은 양순욱 사계초 교감은 동시 암송 프로그램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양 교감은 동시가 미리내(사계의 순우리말) 아이들의 마음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학교 창문을 도화지 삼아 여기저기 시를 써두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시를 외우는 것은 정말 힘들다. 그런데 장점은 듣기 좋고 아름답다. …(중략)… 시는 나를 좋은 길로 안내해 준다”라는 일기를 남기고 지난달 도외로 떠난 (이)범영이는 전학 후에도 양 교감과 자주 연락하며 시 암송을 지속하고 있다.
양 교감은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시를 외우면서 행동, 말투 등이 많이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점에 동감하고 있어요”라며 “운동장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시를 암송하고 확인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 모습이 정말 예뻐서 미소가 절로 지어져요”라고 말했다.
허창준 사계초 교장은 “언어가 곧 인격이고 언어가 황폐해지면 마음이 황폐해진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아이들의 심성에 고운 언어를 심어주면 그 씨앗이 어떤 꽃으로든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함께 연주하며 하모니 이루는 법 배워"

허창준 사계초등학교장은 “학생들이 함께 사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함께 살아가는 힘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 교장은 “옛날엔 식구 수가 많아 인성, 사회성이 가족 관계 안에서 길러졌지만 요즘엔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며 “이에 따라 전교생이 모여 학교 문제를 논의하고, 게임, 다과 등을 함께 하는 ‘따뜻한 한솥밥 사계 온모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교장은 또, “사계바다소리 오케스트라는 아이들이 다양한 일을 겪으며 성장할 수 있는 하나의 작은 사회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은 합주를 통해 자기 목소리 잘 감당하면서 다른 파트와 하모니를 이루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 교장은 “올해부터는 각 학급에 지정도서를 정해 교사와 학생들이 토론, 독서 등 반복학습을 실시하도록 했다”며 “독서 권수를 따지기보다 한 권을 정독해 속에 있는 좋은 어휘, 내용을 체득토록 하고, 교훈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교장은 “시암송 프로그램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 모두에게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며 “아이들의 생활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교사들도 아이들의 말과 심성이 곱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고 덧붙였다.
"교사들 열심 학부모 전폭 지지"

한만보 사계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은 “학부모들은 학교가 추진하는 특색프로그램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며 학교에 대한 강한 믿음을 표했다.
한 운영위원장은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있는 가정을 사계리로 끌어들이기 위해 빈집 마련 등 관련 방안을 마을회와 모색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부모들은 방학기간을 이용해 아이들과 1박 2일 동안 야외에서 야영을 하는 등 체험학습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며 “체험학습, 오케스트라 연주회 등 학교 행사가 있으면 학부모들은 간식 지원, 공연장 방문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운영위원장은 “사계바다소리 오케스트라의 경우 예산 지원에 기한이 있어 향후 지원이 전적으로 끊기게 되면 학부모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며 “그러나 지금은 모든 학부모가 한목소리로 학교와 아이들을 응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운영위원장은 “한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예전처럼 학교에 학생 수가 많아졌으면 한다”며 “학부모들은 현재 교사들이 잘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믿고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