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적인 액비(液肥) 살포로 중산간 초지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본지 보도(5월26일자)와 관련 제주시가 해당 업체를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이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격 조치일 뿐, 평시에 보다 철저한 관리 및 감독이 요구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곳은 서귀포시 안덕면 소재 A개발 소유의 목장 초지(草地). 한림읍 모영농조합법인(양돈업)이 초지를 임대해 액비를 한꺼번에 버리면서 한때 ‘검은 웅덩이’가 생길 정도였다.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되자 해당 업체가 로터리 작업을 벌여 사실 은폐에 나섰지만 ‘검은색 늪’으로 뒤덮였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규정대로 하면 액비 살포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살포노즐을 이용하거나 초지 전체에 골고루 뿌리지 않고 한 곳에 집중적으로 쏟아버리는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살포된 액비는 고스란히 땅으로 침투되어 지하수(地下水) 오염의 근원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일은 이번 건의 경우 ‘빙산(氷山)의 일각(一角)’에 지나지 않다는 점이다. 만약 주민들의 민원 제기가 없었고 관련 보도가 이어지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것임은 그간의 행태로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는다. 행정의 ‘직무유기’성 관리·감독 소홀이 불·탈법을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몰지각(沒知覺)한 행위가 끊이지 않는 데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솜방망이 처벌’이다. 불법 사례가 적발되더라도 행정당국은 시정명령과 함께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 부과가 고작이다. 연간 수십억에서 10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업체들에겐 그야말로 ‘껌값’이다. 유사한 불법 행위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법 규정이 그러하다면 개정을 해서라도 강력 제재에 나서야 한다. 그것은 제주의 아름다운 중산간을 지키고 지하수 오염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당국이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서길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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