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이는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말이다” 언론인이자 소설가였던 우보(牛步) 민태원(1894~1935)이 지은 수필 ‘청춘예찬’의 첫 문장이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이글을 읽었던 사람들은 젊은 날에 청년이 지녀야 할 열정·이상·패기, 그리고 건강미 등을 음미해 봤을 것이다. 우리가 5월의 싱그러운 바람과 연녹색 나무를 대하노라면 청춘을 노래하는 젊음의 계절임을 실감하게 된다.
이 좋은 계절에 우리사회의 청년들은 청춘예찬에서 노래한 꿈·이상, 그리고 도전을 향한 피 끊는 열정을 쏟고 있을 것이다. 이는 청년 자신이 희망하는 꿈과 비전을 현실에서 이루기 위해서다. 그러나 청년들이 개인적 차원에서 열정과 의지를 가져 아무리 열심히 해도 현실은 녹록치 않다. 청춘은 아프고 그것만큼 성숙한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개인은 상처받고 좌절해 희망을 잃기도 한다.
우리사회의 청년문제는 과거 기성세대가 겪었던 문제와는 그 성격이나 내용이 확연히 다르다. 즉 오늘날 청춘을 보내는 많은 청년들은 취업난을 겪고 있다. 전국의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는 실정이다. 또한 일부 청년들이 취업하더라도 아르바이트로 전전하고, 비정규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더구나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부류도 발생한다. 그래서 청춘을 힘차게 노래해야 할 청년들이 대학교를 졸업해 사회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진취적 기상과 패기를 갖기보다 삶에 대한 회의와 절망이 체화돼 버린다.
사실 과거 압축경제성장기에는 청년들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취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고용없는 저성장시대에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소위 대기업·공기업·전문직·공무원 취업 등)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가 돼 버렸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계층이동의 사다리로 올라가기 위해서 열심히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한편 취업을 아예 포기한 니트족(일하지도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무직자)이 생겨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대학에서 스펙(어학연수·자격증·토익점수 등)을 쌓아도 취업이 어려우니 자연스레 결혼을 미루게 된다. 그래서 오늘날 청년세대를 심지어 ‘5포세대’(결혼·연애·출산·인간관계·주택구입 포기)라고 일컫는 신조어가 생겨나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청년들이 ‘청춘예찬’을 힘차게 부를 수 있도록 사회적 차원에서 실천 가능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오늘날 청년문제는 청년일자리 및 고용문제로만 접근하면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방법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먼저 청년들이 우리사회의 공동체를 구성하는 주체이고 아울러 미래를 책임져 나갈 소중한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젊은이들과 세대 통합적 관점에서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터놓고 이야기하는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 즉, 어른들이 지역사회 차원에서 진정성과 애정을 가지고 젊은이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동시에 청년들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 느끼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사회는 젊은이들의 희망 사항이 실현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지금 젊은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고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제 어른들이 뒤에서 청년들을 지켜만 보지 말고 앞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다. 봄날이 가기 전에 청춘들이 화사하게 웃으면서 녹음이 짙은 자연을 보면서 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