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 소원지'에 담긴 제주도민들의 소망
'연등 소원지'에 담긴 제주도민들의 소망
  • 제주매일
  • 승인 201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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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기 2559년 부처님 오신 날인 25일, 제주시 관음사에는 수천개에 달하는 연등(燃燈)이 즐비하게 걸렸다. 형형색색의 연등에는 자그마한 ‘소원지’가 달려 있었는데, 말 그대로 소원(所願)을 비는 문구들로 가득차 있었다.

 소원은 실로 다양했다. ‘우리가족 모두 건강하게’부터 ‘올해는 좋은 짝을 만나길’에 이르기까지…. 그 중에서도 가장 많고 간절한 것은 ‘공무원 시험 합격’이나 ‘면접 잘 볼 수 있기를’ 등의 취업과 관련된 소원이었다.

 사찰에서 만난 한 어머니는 “딸이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여기저기 서류를 놓고 면접을 봐도 잘 풀리지 않는 것 같다”며 “부모로써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그저 소원을 빌어줄 뿐”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장기적 불황으로 우리나라 청년실업률(靑年失業率)이 올해 2월 사상 처음으로 11%를 넘어섰다. 지난 1999년 IMF 외환위기 이후 15년7개월 만에 최고치다. 취업이 안돼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청년실신’이나 꿈과 열정을 펼치게 해준다는 구실로 낮은 임금을 주며 노동력을 착취하는 ‘열정페이’란 신조어(新造語)까지 등장했다.

 체감 실업률은 더욱 심각하다. 위기의식을 느낀 정부가 청년일자리 대책으로 방향을 급선회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문’을 돌파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부모들은 지금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정쟁에만 몰두 중이다. 이 시대의 서글픈
자화상(自畵像)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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