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생리현상도 ‘근무시간’에 맞춘 서귀포시
시민 생리현상도 ‘근무시간’에 맞춘 서귀포시
  • 고권봉 기자
  • 승인 2015.05.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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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화장실 자물쇠로 ‘꽁꽁’…이용시간도 제한
市 ‘열린 화장실’ 의미 스스로 퇴색…주민들 원성
▲ 26일 서귀포시 천지동 (옛)시외버스터미널 공영 장애인화장실의 출입구가 자물쇠로 잠겨있으며(사진 위) 이용시간제한 안내문이 부착 돼 있다.

“장애인 화장실이 남녀 구분 없이 남자용 한 곳으로 설치된 것도 인권 차별 등의 문제가 있는데 아예 잠겨 있는 것은 노약자를 배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희망과 행복의 중심’을 내건 서귀포시가 일부 장애인 화장실에 문을 걸어 잠그고 사용시간을 제한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장애학생체육대회가 제주에서 처음으로 열렸음에도 여전히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장애인 편의시설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6일 서귀포시 천지동 (옛)시외버스터미널.

그동안 2곳에서 분리·운영됐던 서귀포시외버스터미널이 제주월드컵경기장 옆 터미널로 통합 운영되면서 이곳은 정류소로 바뀌었다.

또 버스 주차장이었던 곳은 공영주차장으로 탈바꿈했으며, 이곳 공영화장실도 리모델링됐다.

문제는 공영화장실 장애인 화장실 출입구가 자물쇠로 잠겨 있어 사실상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공사 중을 알리는 공사 안내문이나 열쇠의 보관 장소, 연락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로 이날 다리에 깁스를 한 채 목발을 짚으며 장애인 화장실을 찾은 한 청년은 문이 잠긴 화장실 문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문고리만 잡고 있었다.

함께 왔던 친구가 인근 매표소와 주차요금 정산소를 찾아가 장애인 화장실 자물쇠의 열쇠가 있는지 확인, 겨우 열쇠를 구해 장애인 화장실 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장애인 화장실 입구 바닥에 누군가 대소변을 본 흔적이 그대로 있어 차마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 청년은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또 다른 화장실을 찾아갔다.

심지어 이곳에 있는 화장실의 개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라고 명시돼 버스 막차시간까지 사용도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지역주민은 서귀포시청 인터넷 신문고를 통해 “일호광장 구시외버스터미널이 신서귀포로 이전하면서 새롭게 유료 공영주차장이 생기면서 기존 열린화장실도 리모델링됐다”며 “하지만 이용시간 제한이 있어서 많이 당황하게 됐고, 이는 시민의 편의와 무관한 공무원의 편의만을 생각한 처분이라 생각한다”고 개선을 요청했다.

이 때문에 서귀포시가 ‘열린 화장실’의 의미를 스스로 퇴색시키며 지역 주민의 눈총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 관계자는 “장애인 화장실에서 불량청소년들의 일탈 행위가 종종 발생해 부득이하게 출입문을 잠근 것”이라며 “매표소나 정산소에서 열쇠를 보관하고 있으며, 화장실 개방 시간도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연장·개방하기로 하고 안내문도 새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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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5-27 10:26:00
시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빠른 시행을 해주는 서귀포시공무원으로 거듭나길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