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딸이 곧 공무원 시험을 봅니다. 좋은 결과 나오게 해주세요.”
최근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연등 소원지에도 이런 시대상황이 반영돼 관심을 모았다.
석가탄신일인 25일 오전 제주시 아라1동 관음사. 수백~수천개의 연등이 사찰 입구서부터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형형색색의 연등 아래로는 자그마한 ‘소원지’가 매달려 있었다.
소원지에는 가족들의 이름과 함께 “우리가족 모두 건강하게”, “올해는 좋은 짝을 만나기를”, “남은 여생 웃으며 살기를 바란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관음사를 찾은 박실(73)·김연순(69·여) 부부는 “석가탄신일을 맞아 아들, 며느리, 손자와 함께 소원을 빌러 왔다”며 “우리 일가족이 모두 건강하게 한 해를 보냈으면 좋겠다는 소원지를 매달았다”고 말했다.
수 많은 연등 중에서도 “공무원 시험 합격하기를”, “면접 잘 볼 수 있기를”, “아들이 올해 취업할 수 있기를” 등 ‘취업·합격’을 소원하는 문구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공기업 합격’, ‘7급 합격’, ‘S기업 합격’ 등 구체적인 목표까지 적혀있는 소원지도 있었다.
입시 관련 소원지도 많았다. ‘수능 대박’이라고 써진 소원지가 있는가 하면, 고입 연합고사 합격 기원 문구도 눈에 띄었다.
소원지를 매단 사람 대부분은 자녀를 둔 부모들. 부모들의 소원 1순위는 자녀의 학업과 취업이 잘 풀리는 것이다.
김영희(60·여)씨는 “딸이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여기저기 서류를 넣고 면접을 봐도 잘 풀리지 않는 것 같다”며 “부모로써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그저 소원을 빌어줄 뿐”이라고 털어놨다.
정광호(65)씨도 “첫째 아들은 승진, 둘째 아들은 결혼, 셋째 아들은 취업 성공을 소원했다”며 “자식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부모라면 누구나 다 똑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소원을 비는 부모들의 얼굴에는 자녀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과 함께, ‘바늘 구멍 보다 좁은’ 취업문을 돌파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심정이 투영된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