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충병 방제사업 비리에 ‘감염’
재선충병 방제사업 비리에 ‘감염’
  • 윤승빈 기자
  • 승인 2015.0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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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실적 부풀리기 적발
벌목업체 대표 등 2명 입건
공무원 4명은 허위공문서 작성
현장확인 소홀 등 관리 부실

소나무 재선충 방제사업 업체가 실적을 부풀려 사업비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도급 형태로 고사목 제거작업을 했음에도 직접 인부를 고용해 재선충 방제사업 인건비를 집행한 것처럼 공문서를 조작한 공무원들도 사법처리 대상에 올랐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소나무 재선충 방제 사업비 1억여원을 빼돌린 혐의(사기)로 도내 H벌목업체 대표 송모(52)씨 등 2명을 입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또 담당 공무원 K(60·퇴임)씨 등 4명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 등은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고사목 1만4786그루를 제거하기로 제주도와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실적을 부풀려 사업비 10억7000만원 중 1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송씨 등은 ▲도평 ▲연동-오라 ▲도평-노형 ▲유수암-소길 ▲광령천 등 제주시내 5개 지구의 고사목 1만4786그루를 제거했다고 제주도에 보고했다.

하지만 실제 제거한 고사목은 1912그루 부족한 1만2874그루로 드러났다. 송씨 등은 이 과정에서 1억여원을 빼돌린 것이다.

또 K씨 등은 H벌목업체 등 3곳과 도급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직접 인부를 고용해 작업을 실시한 것처럼 공문서를 조작한 혐의다.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에 따르면 재선충 방제작업은 제주도가 직접 인부를 고용해 작업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K씨 등은 행정편의를 위해 일부 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공문서는 인건비 명목으로 예산을 집행한 것처럼 작성했다.

한편 송씨의 실적 부풀리기는 제주도의 관리·감독이 부실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고사목 제거 과정에서 현장에 감리원이 배치되지 않았으며, 현장감독은 공무원이 자동차를 타고 주변을 4~5회 둘러보는 정도에 그쳤다.

특히 담당공무원은 송씨가 안내하는 2~3곳을 둘러보는 정도로 준공검사를 끝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확인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사전에 비리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 경찰의 주장이다. 실제 현장 공무원들은 송씨 등이 제출한 현장 GPS(위성항법장치) 좌표만 보고 작업 비용을 지불했다.

하지만 경찰은 담당 공무원들이 형식적으로나마 현장에 갔었다는 점 때문에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대신 해당 공무원들이 재선충 방제사업 관리감독 업무를 소흘히 한 사실을 제주도감사위원회에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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