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이 혼잡한 지역에서 교통을 유발하는 시설물에 대해 부담금을 부과하는 정책이 있다. 바로 교통유발부담금제도다. 제주특별자치도도 도입을 놓고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한다.
교통유발부담금은 1990년도에 도입, 현재 제주도와 양산시를 제외한 전국에서 시행중이다. 도시교통정비구역(인구 10만명 이상의 도시, 도농복합형태의 시는 읍·면 지역을 제외한 지역의 인구가 10만명 이상 지역)내에 위치한 시설물 중 각 층 바닥면적의 합계가 1000㎡이상 시설물에 일정률에 따른 부담금을 부과해 교통량 감축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도내에서도 2000년 10월 제주시의회에서 관련 조례안이 상정된 바 있었고, 2009년 5월엔 모 정당 주최 정책토론회에서 대형마트규제방안으로 논의된 바 있었다.
그러나 이 제도가 과연 취지에 맞게 교통량을 줄일 수 있을지, 부담금 부과의 대상은 어떻게 선정할 것인지의 문제와 형평성의 문제 등이 제기돼 시행이 유보된 상태다. 또한 교통 혼잡의 완화라는 당초의 목적보다는 교통재원확보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등도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교통유발부담금 부과를 통한 교통량 감축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 그룹의 보편적인 평가다. 교통유발부담금 업무 담당자들도 이 제도의 주기능이 재원조달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도민들에게 또 다른 세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여론이 많다.
그리고 관련 제도를 도입할 경우 부담금부과를 통해 확보가 예상되는 연간 5억원 상당의 교통재원이 얼마나 교통개선사업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법령상(도시교통정비촉진법 제36조 제3항) 건물의 소유주에게 교통개선부담금을 부과하게 돼 있지만 건물소유주는 그 부담금을 결국 입주한 임차인에게 임대료 상승 등으로 전가시킬 가능성이 높아 임차인의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한 타 시·도 에서도 교통 혼잡이 줄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아 제도의 실효성 문제도 지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교통유발부담금제도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적 소견으로는 문제점이 있는 제도의 무리한 도입보다는 궁극적으로는 교통량을 줄임으로써 교통 혼잡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대신 교통혼잡지역에 차를 타고 가는 것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더 편리하고 경제적이라는 보편적 사고가 되도록 행정이 노력해야할 것이다. 도에서 야심차게 추진중인 대중교통체계개선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대중교통 이용의 편리화를 통한 대중교통이용 촉진, 주차수요 관리 등 주차요금의 현실화, 교통 혼잡에 대한 도민들의 사회적 책임의식 확산 등이 필요하다.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고 목적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제도 시행에 대한 도민 대다수의 공감이 전제돼야 한다. 교통유발부담금 제도가 실효성과 형평성에 부합하는 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 등을 거쳐 도민 대다수가 불가피성에 공감할 경우에 도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제주도에서도 만일 이 제도의 시행이 필요하다면 제도의 불가피성을 충분히 도민들에게 설득 해야 한다. 제도 시행 후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부 지역에 우선 시범적으로 시행해 본 뒤 거기서 노출되는 문제점 등을 충분히 해결한 후 제주도 전역에 전면적으로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좋은 취지로 도입된 제도라도 도민들에게 불편을 야기하고 부담만 가중시킨다면 안될 일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의 몫이다. 도민을 위한다는 제도가 어설프게 시행, 대다수 도민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해악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