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고! 되고! 다~ 되고!”
“되고! 되고! 다~ 되고!”
  • 제주매일
  • 승인 201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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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진 대정교등학교 교장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서 그렇게 노래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에게 4월 30일은 의미가 특별한 날로 기억된다. 이날 늦은 점심시간, 교장실 문을 두드리고 학생회장이 들어왔다. 학생회장은 “교장 선생님께 부탁드릴 말씀이 있다”면서 꼭 들어 줄 것을 간청했다.

시간은 거슬러 올라가 작년 이맘때다. 우리 학교에는 3년 동안 1학년 부장과 담임을 맡고 있는 선생님이 계셨다. 학부모로부터 ‘마음으로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는 내용으로 신문 사설에도 올랐던 훌륭한 선생님이다. 그 선생님에 따르면 요즘 학생들은 자기 잘못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고 자꾸 남 탓을 한다. 지각을 해도 이유가 있고,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데도 안 피웠다고 우긴다고 했다. 심지어 수업 시간에 잠자는 학생을 깨워도 “왜 잠자는데 깨우느냐?”며 이유를 댄다고 안타까워했다.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습관은 나무껍질에 새긴 글자와 같아서 나무가 커짐에 따라 글자가 점점 커지는 것과 같이 습관도 점점 몸에 배어져간다”는 격언을 인용해 좋은 습관을 길들여야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요지의 훈화를 했다. 또한 회사를 경영하는 사장이라는 상황을 가정해 부하직원이 자기가 한 일을 속이거나 자꾸 변명만 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겠냐는 말도 덧붙여 책임 있는 말과 행동의 중요성도 일깨워주었다.

며칠 후 급식소인 청람현 앞 모슬봉으로 이어지는 소롯길로 학생 몇몇이 내려오기에, “그곳에서 무엇을 하다 오느냐?”고 물었다. 학생들은 바로 다가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는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것이었다. 학생들을 나무라지 않고 변화된 모습을 칭찬해주고 돌려보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학생들이 변하고 있다는 말이 자주 나왔다. 필자에게도 위의 사례와 같은 상황이 종종 나타났다. 이에 동아리연극발표대회 개회사를 통해 선생님들의 생각과 훈화 내용을 잘 헤아려 변화하는 학생들을 칭찬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버스로 출근해 정류장에서 교문까지 학생들과 함께 걸어가는데 컨테이너 창고가 있는 밭에서 학생 둘이 급하게 나왔다. “왜 학생들이 저기서 나오지?” 느낌이 그리 좋지 않다. 교문에는 학부모·동창회·운영위원회에서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 학생맞이 활동’을 펴고 있었다. 학생부장에게 컨테이너 창고 부근까지 순회 지도를 자주하고, 그곳에서 흡연한 학생들도 규정에 따라 강하게 지도하도록 조치했다.

그런데 늦은 점심시간 교장실 문을 찾아온 학생회장은 컨테이너 창고 밭에서 담배를 피운 학생들을 찾아서 지도를 했으니, 교장 선생님께서 용서를 해주십사고 했다. 아울러 뉴욕시에서 했던 ‘깨진 유리창 이론’의 효과를 어떻게 알았는지 학생회에서 학생들이 몰래 흡연하는 곳을 찾아 깨끗이 청소하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마침 방과 후에 열린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련의 상황을 학교장 인사말로 한 뒤 지역위원이신 총동창회장님께 건배를 제의했다. 동창회장님은 “선생님들의 노력, 지역사회의 관심, 그리고 따뜻한 정과 사랑이 아이들에게 많은 변화를 만들었다”면서, 총동창회에서 건배사를 할 때면 “대고! 대고! 대고!”를 흔히 제창하지만, 오늘은 변화하는 대정고에서 모든 일이 순리대로 이뤄지길 기원하면서 “되고! 되고! 다~되고”라고 외치고 싶다는 멋진 말씀을 해주셨다.

황무지에서 라일락이 피어나듯이, 변화되지 않을 것 같았던 학생들의 태도에 일어난 작은 변화를 보면서 교육자로서 크나큰 희열을 느꼈던 하루였다. 생활 현장에서 아침을 맞는 모든 분들도 힘차게 “되고! 되고! 다~되고!”를 외치는 하루가 됐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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