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편안하십니까?”
“요즈음 편안하십니까?”
  • 강순희
  • 승인 2015.0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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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경제고통지수’ 전국 최저
가장 살기 좋은 지역 의미 내포
통계의 한계 때문 해석 주의해야

그래도 제주에 반가운 현상
명실상부 ‘삶의 질’ 제고위해
일자리의 질?물가 관리 필요

“요즈음 편안하십니까?” 사실 이러한 인사에 대하여 선뜻 “예”라고 대답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우선은 경제적으로 크게 걱정함이 없어야 할 것이고 더하여 정치나 사회 환경이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인 삶의 질을 가늠해볼 수 있도록 숫자로 나타낸 지표로서 ‘경제고통지수’라는 것이 있다.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의 합으로 계산이 된다. 필자의 계산에 의하면, 2014년 기준 경제고통지수에서 제주도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3.1이다.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과 인천으로 똑같이 6.1이다. 경제고통지수가 가장 낮다는 것은 제주도가 전국에서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삶의 고통이 가장 덜 하다는 것, 즉 살기가 가장 좋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제고통지수는 미국의 경제학자 아더 오쿤(Arthur Okun)이 고안해 낸 고통지수(misery index) 개념을 응용한 것이다. 고통지수는 한 나라의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데서 실질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뺀 것으로 정의된다. 물가가 오르고 실업이 늘어나면 고통이 커지나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만큼 고통이 줄어든다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이 개념은 삶의 고통을 비교적 쉽게 계량화할 수 있는 지표라는 데서 국가나 지역 간 또는 시기 간 비교 등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다. 특히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인 삶의 질을 중시하게 되면서 최근 들어 사용이 느는 추세다. 지역별 비교 등에서는 어음부도율을 계산에 추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지표는 경제적인 삶의 질을 숫자로 쉽게 나타낼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해석에는 주의해야할 점이 많다. 먼저 고통정도를 나타내는 핵심지표인 공식적 실업률 통계의 한계다. 공식적 실업률에서 실업은 조사기준 기간인 1주일 또는 4주일 동안 소득이 있는 일에 1시간 이상 종사 여부로 판가름한다.

이러한 이유로 농어촌 지역은 실업률이 낮게 나타난다. 농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웬만하면 1주일이나 4주일 동안에 최소 1시간 이상은 일을 하는 것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2014년 경제고통지수가 전국 평균인 4.8보다 높은 지역은 서울?부산?대구?인천 등 대도시뿐이다. 다른 지역은 모두 평균보다 낮고, 특히 제주 다음으로 전북?강원 등 농어촌이 많은 지역이 낮다.

실업률만을 보면 제주는 2.0%, 전북과 경남은 2.5%로 서울 4.5%, 인천 4.7% 등의 절반 수준이다. 한편 제주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로 충남?강원?대전?전남?경북 다음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어, 실업률 통계의 한계를 고려하면 제주의 경제적인 삶의 질은 가장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소비자물가상승률도 국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물가상승률과 차이가 크다. 일반적인 소비자물가지수는 한 가구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 489개 품목을 대상으로 그 가격과 소비 지출액 내에서 각 품목 소비 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정의한 가중치를 적용하여 계산한다.

이렇게 산출된 수치는 2010년을 100으로 하여 표시하는데 이러한 지수가 전년 또는 전월에 비해 얼마나 증가하였는지를 계산한 것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이다. 그런데 조사대상 품목에는 구입 빈도가 적은 서비스나 상품도 많아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도와는 괴리가 있다. 따라서 이들 품목 가운데 구입 빈도와 지출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53개 품목만으로 작성한 지수를 생활물가지수로 별도로 정의해 비교하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가 경제고통지수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명실상부하게 제주도민의 삶의 질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서는 공식적 실업률 통계 이면에 숨어있는 과제, 즉 일자리의 질을 높이고 지역 젊은이들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외지인들이 많이 지적하듯 상대적으로 비싼 물가를 안정화시키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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