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토종’ 식재료에 대한 고민
제주의 ‘토종’ 식재료에 대한 고민
  • 문근식
  • 승인 2015.0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3년 주기 농산물 산지 폐기
특정 작목 과다 생산이 주요인
다양한 작목 소비 촉진이 대안

식재료 제주산?국내산 확대 절실
농민?어민?축산인 위한 배려
상생위한 농민장터에도 격려를


제주에는 연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그 많은 관광객들의 먹거리가 과연 제주에서 생산된 식재료일까”라는 의문을 던져본다.

2~3년을 주기로 수확을 포기하고 농기계로 농작물을 갈아엎는 농민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유는 아마도 규모화와 효율성만을 따지다보니 너무 넓은 면적에 특정 작목만 재배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농산물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전국에서 제주만큼은 아열대에서부터 다양한 농산물을 재배할 수 있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농산물 작목의 편중 양상을 보이는 것은 소비성의 문제라고 본다. 다양한 농산물에 대한 소비가 활발하다면 농민들은 그 작목들을 생산함으로써, 농산물이 특정 작목에 편중 생산돼 산지 폐기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제주에는 다양한 식재료가 있다. 그래서 바다에서 밭에서 산에서 나는 제주의 식재료들을 이용한 진정한 로컬푸드 향토음식점이 생기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제주에는 향토음식점이란 간판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 향토음식점의 원산지 표기를 보면 쌀만 국내산, 김치는 간혹 국내산, 고등어는 노르웨이산, 소고기는 호주산 등이다. 이렇듯 식재료 대부분이 수입산인데 어찌 향토음식점이란 간판을 버젓이 걸 수 있는 것일까? 물론 국내산과 제주산만을 고집하는 가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곳에서는 수입 식재료로 대체되고 있다.

몇 년전부터 민간 혹은 행정에서도 올곧이 지역과 상생하는 착한가게나 기업들을 찾아 라이센스를 부여하는 것 같다. 라이센스만 부여하지 말고 더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끔 제도적 혜택이 필요한 시점이라 여겨진다. 세금이나 혹은 홍보 등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착한가게들이 확대, 다양한 식재료 생산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메뉴개발 또한 절실하다. 제주도교육청 지하의 구내식당을 제주이어도자활센터가 친환경 제주산 식재료 사용과 자극적이지 않은 건강한 제주 로컬푸드 밥상으로 선보인다는 반가운 기사를 며칠 전에 봤다. 식단은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에서 직접 메뉴 컨설팅을 맡아 요일에 따라 다양하게 마련했다고 한다.

이처럼 지역의 식자재를 이용한 레시피 개발과 협동조합을 통한 운영, 정말 멋진 일이다. 도내 관공서에서 운영하는 식당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그 식당에서도 가능하면 제주산 혹은 국내산 식재료들을 사용하리라 믿는다.

‘토종’식재료 문제는 단순히 먹거리에 대한 고민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FTA와 TPP로 이미 가슴에 멍이 든 농민·어민·축산인들을 위한 배려이고, 운동이다. 로컬푸드 소비 확대를 위한 움직임은 이름만 조금씩 다를 뿐, 다양한 형태로 우리들 곁에서 묵묵히 지켜나가고 있다.

옛 목석원에 위치한 아라올레에선 매주 금요일 오후 5시부터 ‘지꺼진 장’이라는 타이틀로 제주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그 재료를 이용한 요리, 그리고 수공예품들을 판매하며 먹거리와 볼거리·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 농협 제주시지부는 매주 월·화 오전 9시부터 주차장 부지에서 농축산물을 홍보 판매하고도 있다.

물론 다양한 장소에서 다른 모습으로 펼치는 농민장터들도 있지만, 농민들 스스로 주기적으로 운영하는 장터는 그리 쉬운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은 아마도 생산자와 소비자들간에 ‘신뢰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렇듯 거래보다는 관계가 우선인 장터는 소비자에게는 신뢰를, 생산자에게는 희망을 주고 있다.

단지, 가격과 마진만을 생각한다면 할 수 없는 일들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그렇게 하고 있을까를 생각해 주자. ‘지적질’보다는 박수와 관심을 보내야할 때다. 혹시 그들이 지쳐 그 일들을 포기해버린다면, 우리는 다른 어떤 일들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박탈당하는 것이다.

지역의 농민장터가 있다면 귀찮더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자. 이 땅의 농민들에게 그나마 조금이라도 위로 또는 힘이 된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면 많은 제주의 농민장터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