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지 차로 점령 ‘노숙차’ 극성
도심지 차로 점령 ‘노숙차’ 극성
  • 한경훈 기자
  • 승인 2015.0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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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매일 민원 현장을 가다
시민복지타운내 13대 적발
새벽운동시민들 “소음·매연 불편”
▲ 지난 15일 새벽 제주시 밤샘주차 단속 직원이 시민복지타운에 주차된 전세버스에 경고장을 부착하고 있다.

지난 14일 밤 11시 40분 제주시청. 다른 사무실과 달리 제2별관 2층 교통행정과에는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야간에 주택가 이면도로 등에 불법 주차하면서 민원을 야기하는 사업용 차량의 ‘밤샘주차’ 단속에 나서는 직원들이 업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밤샘주차는 전세버스와 화물차 등 사업용 자동차가 오전 0~4시 사이 차고지 이외의 장소에서 1시간 이상 불법 주차하는 행위다.

이날 모인 인원은 담당 부서인 교통행정계 직원 2명 등 모두 4명. 일부는 퇴근시간 이후에도 계속 사무실에 있었고, 일부는 귀가했다가 정해진 시간에 집결했다.

12시 가까이 되자 사무실을 나섰다. 첫 행선지는 오라동 시민복지타운. 12시 6분께 정부지방종합청사 앞 도로에 들어서자마자 밤샘주차 차량이 눈에 띄었다. 직원들이 차량에서 내려 한 전세버스 앞 유리창에 경고장을 부착했다. 경고장을 붙인 후 1시간이 지나도 이동하지 않은 차량은 밤샘주차로 단속돼 과징금 등 처분을 받는다.

이날 시민복지타운 일대에서 20여분 동안 적발된 밤샘주차 차량은 13대(전세버스 12, 화물차 1)에 달했다. 화물차는 경기도 차적이었고, 전세버스는 모두 도내 차량이었다.

어떤 구간에서는 화물차와 전세버스 대여섯 대가 2차로를 타고 꼬리를 물고 서 있을 만큼 불법 주차가 심각했다. 사업용 차량의 밤샘주차는 매연과 소음 등으로 시민생활에 불편을 주고 교통사고 위험까지 초래한다. 시민복지타운의 경우 새벽 운동을 하는 시민들이 집중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 행선지는 제주공항. 공항은 심야에 인적이 끊겨 주민들의 민원을 야기할 소지가 없다. 하지만 일부 택시기사가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공항에 노숙하며 첫 비행기 손님을 태우려는 ‘장거리 택시’를 겨냥한 민원이다. 일종의 ‘밥그릇싸움’이다.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민원이 제기된 이상 행정이 모른 채 할 수는 없다. 공항에서의 밤샘주차 단속은 간간이 이뤄지고 있다. 이날 공항에서 적발된 택시는 1대에 그쳤다.

제주시내에서 밤샘주차 민원이 집중적으로 제기되는 곳은 사라봉 인근 임항로와 적십자회관 인근 복개지 등 8곳. 제주시는 지난 3월부터 ‘불법․무질서 근절 100일 운동’을 전개하면서 단속을 종전 주 1회에서 2회로 확대해 실시하고 있다. 그런 만큼 직원들의 피로도도 높아졌다.

김행석 교통행정담당은 “시민들이 밤샘주차가 불법인 줄 잘 알기 때문에 주차를 못하는 등 조금만 불편해도 민원을 제기한다”며 “기온이 올라갈수록 민원이 많아져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무실에 계속 있다가 단속 현장으로 간 현용호 주무관은 단속업무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단속 자체는 몸으로 때우는 일이라 그나마 나은데 단속에 걸린 차주들이 오전 근무시간에 전화를 걸어와 수십 분씩 입씨름하는 것은 사람을 정말 피곤하게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한편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차량 14대 가운데 1시간 이상 주차로 과징금이 부과된 것은 12대였다. 제주시가 올해 들어 현재까지 단속한 밤샘주차 차량은 704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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