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가 소문냈어요!”
“선생님, 제가 소문냈어요!”
  • 제주매일
  • 승인 201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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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스승의 날…엄마된 제자가 초등학교 담임께 보내는 편지
▲ 김정임

오늘(15일)은 제34회 스승의 날입니다. 스승의 가르침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보며 깊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스승의 은혜를 가슴 깊이 새기자는 취지에서 지정된 날입니다. 제주매일은 스승의 날을 맞아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께 쓴 편지를 소개합니다. 김정임(42)씨는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식에 갔다가 교감선생님으로 계신 자신의 초등학교 때 은사를 만난 소회를 잔잔하게 들려줍니다.

봄꽃들이 지고 나니 연초록 나뭇잎이 더 싱그러워졌습니다.

둘째 아들 녀석은 한 달 일찍 태어난 데다 12월생이라 또래들 보다 학습적인 능력이 조금 떨어져 보였어요.

초등학교 입학 통지서가 나왔을 때 저희 부부는 한 해 유보시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입학 신청을 망설였어요. 말은 잘 하는 편이지만 행동도 약간 산만하고 글쓰기도 느려서 걱정이 됐지요.

입학식 날, 늘 의젓하고 매사에 모범적인 첫 아이 때와는 다른 설렘으로 참여했습니다.

희망나무에 아이 이름을 함께 걸 때는 눈물도 핑 돌았습니다.

아이는 병설유치원을 함께 다닌 친구들과 재잘재잘 대기도 하고 담임선생님과 인사도 나누고 학교에서 보니 제법 의젓해 보여서 안심이 되었어요.

아이에 집중하느라 주변을 살필 여유가 없었는데, 안정이 되고 나니 그 때 새로 부임하신 교감선생님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담한 체구에 흰머리도 얼핏 보이고, 주름은 조금 생기셨지만 30년 전 세침대기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담임선생님이셨어요.

6학년이 되서 전학 간 학교라 반 친구들과도 서먹서먹하고 환경도 낯설었는데 선생님이 친절히 대해 주셔서 행복한 추억만 남았답니다.

수업시간에는 열정을 담아 학생들을 가르쳐 주셨고, 학교생활에서는 친구처럼 상담도 해주시고 한마디로 멋진 선생님이셨지요.

자동차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오토바이로 출근하시는 선생님은 가끔 걸어서 등교하는 우리 남매를 뒷자리에 태워 주시곤 했지요.

선생님과 오토바이를 타고 등교하는 날엔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으스대며 교실로 향했던 기억에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교외 행사에 상을 받으러 갈 적에도 바쁜 부모님 대신 동행해주시고 맛있는 자장면을 사 주셨던 기억도 나네요.

사건은 30년 전 초여름 날, 학원 행사로 친구들과 천지연 산책로를 걷고 있을 때 일어났지요.

담임선생님이 학교에서 제일 예쁜 4학년 여선생님과 데이트를 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어요.

다음날 등교해서는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반 친구들에게 열심히 소문을 냈고 총각 선생님의 연애 사건은 며칠 못가서 온 학교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습니다.

다행히 두 분이 결혼하셔서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사신다고 하셔서 죄책감은 좀 줄어들었지요.

입학식 때는 행사 진행하시느라 바쁘신 것 같아 따로 인사는 못 드리고 몇 주 후에 찾아 뵐 쓸 때는 함박웃음으로 맞아주셨답니다.

선생님께서 재자를 한 눈에 못 알아봤다고 미안해하시는 모습에서 마흔 넘은 아줌마가 아니라 13살 초등학교 여학생으로 돌아 간 것 같아 잠시나마 기분 좋았습니다.

30년 만에 두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교감선생님으로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어 옛 추억에 잠겨도 보고 친정 부모님 댁에 있는 초등학교 졸업앨범을 꺼내 보게 되었지요.

아이들에게 너희들 교감선생님이 엄마 은사님이라고 설명도 해주고 어린 시절 재미있었던 사건들도 얘기해주니 초롱초롱 두 눈을 반짝이며 듣네요.

내년에는 막내도 병설유치원 가면 엄마의 은사님을 자랑 하려고 합니다.

토평초등학교는 한라산을 정면으로 품고 운동장에는 잔디가 파릇하고 모래 놀이터에 환상적인 교육 환경을 자랑합니다.

멋진 강성지 교감선생님께서 재직하고 계셔서 좋은 환경에 어울리는 아이들의 인성을 키울 수 있는 따뜻함도 있지요

선생님 건강하시고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서귀포시 토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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