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엔 중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곳이 있다. 바로 바오젠(保健)거리다. 제주 속의 중국, ‘제주의 차이나타운’이라고까지 일컬어지며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됐다.
어느새 중국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쇼핑품목들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가게마다 중국인 유학생이나 조선족을 채용해 상품을 판매하기에 바쁘다. 중국어 간판도 쉽게 볼 수 있어 바오젠 거리 입구에 세워진 ‘돌하르방’이 없다면 전반적인 분위기로는 이곳이 제주인지 중국의 어느 도시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 이젠 도민들보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는 ‘핫 플레이스(hot place)’가 됐다.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한번쯤 들러야 하는 필수 관광코스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중국인 관광객 쏠림현상은 연동일대의 상권 활성화와 부동산 가치의 급상승에 따른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반면 역으로 중국자본 중심의 상권형성과 임대료 상승은 물론 중국 관광객들의 무단횡단이나 쓰레기투척 등 기초질서 문란 등의 부정적인 영향도 나타나고 있다. 더 이상 제주의 정체성은 찾을 수 없고, 국적불명 또는 무질서의 상징거리 혹은 중국인들만 찾는 차이나타운으로 흘러가버린다면 1000만 관광객 시대에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굳이 방문할 이유가 없는 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바오젠거리는 2007년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목적으로 차 없는 거리, 문화의 거리로 조성됐다. 하지만 거리 조성 이후에도 상권 활성화가 되지 않아 중국관광객 유치 전략의 일환으로 바오젠거리를 명명했다. 2011년 7월 5일 중국 건강용품업체인 ‘바오젠(保健)’ 직원 1만여명으로 구성된 대형 인센티브 투어단의 방문을 환영하며 5년 한시적으로 ‘바오젠거리’로 명명, 사용하고 있다.
이제 내년이면 바오젠거리의 명칭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지금의 바오젠 거리가 로드숍에서부터 면세점까지 일반상품부터 명품쇼핑까지 가능한 쇼핑장소인 장점도 있지만 야간에 비해 낮 시간대에는 볼거리·즐길거리가 없다는 냉혹한 평가도 받고 있다. 바오젠거리에 가야만 꼭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 기억에 남는 장소로 거리를 탈바꿈시키고 명소화를 위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이름뿐인 야간 테마거리나 신화의 거리, 또는 연동 차 없는 거리가 아닌 특화거리를 재조정해 제주만의 정체성과 콘텐츠가 담긴 새로운 문화관광명소로 탄생시켜야 한다. 즐길거리·볼거리·쇼핑 등 바오젠거리의 체류시간이 늘어나서 관광객들의 소비지출을 늘리고 상권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지만 제주의 문화나 스토리가 없는 지금과 같은 바오젠거리 활성화는 큰 의미가 없다 할 것이다.
작년 바오젠거리를 대한민국 대표 콘텐츠인 한류와 결합한 문화 예술의 거리로 탄생시키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한류스타거리 조성을 위한 대한민국 대표 연예인들의 핸드프린팅 제막식을 개최했다. 제주의 색깔과 한류의 옷을 입혀 한류 명품거리를 조성함으로써 중국을 비롯해 일본·동남아 국가의 한류 팬들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었으나 1회성 행사에 그치고 말았다.
더 이상 1회성 행사나 사업은 안된다. 도로나 간판정비사업에 그쳐서도 안된다. 바오젠거리만의 콘텐츠가 살아있도록 하고, 제주를 대표하는 특색 있는 명문거리로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동쪽으로 삼다공원, 남쪽으로 삼무공원까지 ‘바오젠거리’를 확대할 필요도 있다.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와 축제 이벤트를 기획하고 관광객의 이동거리를 더욱 늘려야 한다. 당연히 행정은 물론 상가번영회,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지속적으로 상호 협력할 때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