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세대의 고통을 표현해, ‘삼포세대’라고 불린 적이 있다. 연애·결혼·출산 3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제 인간관계와 집을 추가로 포기한 ‘오포세대’,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칠포세대’로 진화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로 인해 청년은 대학 졸업과 함께 실업자와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청년실신’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청년 세대가 부모 세대에 기대는 현상을 빗대어 ‘캥거루 세대’, ‘빨대 세대’라는 말도 생겨났다.
이러한 현실은 구체적인 통계를 통해도 확인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는 6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갱신했다고 한다. 또한 지난 2월 대한민국 청년 실업률은 11.1%로 IMF 이후 최고치라고 한다. 서울시 조사에 의하면 2012년 청년 가구 중 주거비로 소득의 30% 이상을 지출하는 비율은 69.9%에 이른다고 한다. 주거비용 상승으로 정상적인 소비 생활이 힘든 상황이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어디 청년 세대만 힘들겠는가? 지난 3월 통계에 의하면 연령별 취업자 수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감을 살펴보면, 40대는 6만7000명, 30대는 3000명이 감소했다. 경제의 허리인 30·40대의 실직이 가속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60세 이상은 21만명, 50대는 15만8000명의 취업이 늘었다고 한다. 장년·노인 세대의 취업자 수 증가도 좋은 신호는 아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6%에 이른다. OECD국가 평균 12.4%의 4배 가까운 비율로 부동의 1위다.
국민 연금 등이 발달한 유럽에서는 노인 소득의 60%를 국가나 공적 연금에서 지불하지만, 우리나라는 16.3%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노인들이 일을 해서 생계를 꾸려 가야한다. 2011년 우리나라 노인의 취업률이 OECD 보다 3배 높은 34% 수준이며, 노인 소득 중 근로소득 비중은 63%로 OECD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모든 세대가 경제적 고통을 받다 보면, 국가의 자원으로 어느 세대를 지원할 것인가를 놓고 세대 간 갈등을 낳기 십상이다. 경제적 갈등은 세대 간 정치적 갈등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을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제로섬(Zero-sum)’ 문제로 바라보면 갈등을 심화될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더 얻어내는 세대가 승리하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이탈리아·독일은 경제 위기에서 각기 다른 해법을 시도했다. 일본은 토목 건축에 기반한 건설경기 부양과 소비 촉진에 힘을 쏟았으나, 결과는 장기 침체였다. 이탈리아는 노인복지를 강화했다. 국가 전체 복지 지출의 60%가 노인층에 집중됐다고 한다. 그 결과 이탈리아 청년들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해외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지난 유럽 경제 위기는 가장 먼저 이탈리아로 전염됐다.
그러나 독일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청년 세대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학업 기간 동안 기초 생활비 지원과 융자도 적극적이었으며, 기술 교육 과정에는 월급도 지불했다. 졸업 후 직장을 가지지 못하면 실업 수당이 지급됐다. 청년들의 경제적 기반 강화는 경제 활성화와 연금 재원 확충으로 이어졌다. 경제 위기에서도 독일 경제가 승승장구하는 힘이 됐다.
‘청년 투자’는 그저 청년 세대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이미 사례를 통해서, 모든 세대를 위한 정책임이 검증됐다. 사람에 대한 투자, 특히 청년 투자는 공동체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투자다.
청년 세대가 미래를 찾을 수 없을 때, 국가도 지역도 마을 공동체도 미래를 찾을 수 없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힘은 청년들의 역동성에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실마리가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