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과 같은 모습으로 바다서 솟아나온 수성화산체
성곽과 같은 모습으로 바다서 솟아나온 수성화산체
  • 제주매일
  • 승인 2015.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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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석 박사의 제주 지질이야기
⑪성산일출봉
▲ 마치 성곽과 같은 모양의 성산일출봉 응회구의 분화구, 오정개는 2차 분화구로서육성화산 분출물인 용암을 분출한 분화구의 흔적이다.

■ 약 5000년전에 화산 분출

오름은 육상에서 뿐만 아니라 해안선이나 바다 속에서도 폭발한다. 바다 속에서 분화한 화산을 수성화산(水性火山)이라고 한다. 지하에서 상승하는 마그마가 물과 만나면 1000℃가 넘는 뜨거운 용암은 폭발적인 화산활동을 한다. 화산재와 물이 뒤섞인 응회암이라는 화산재층을 만든다. 분화구는 더욱 커진다. 제주도 해안선 주변에는 이런 수성화산이 10여개 존재한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수성화산체가 성산일출봉이다.

수성화산은 응회구․응회환․마르로 구분된다. 성산일출봉은 응회구(tuff cone)에 속한다. 성산일출봉은 약 5000년 전에 분출했다. 분화 당시 성산일출봉 분화구는 바다 속에 위치하고 있었다. 아마 수심 2~3m 정도의 얕은 바다였을 것이다.

바다 속에서 마그마는 지하수나 해수와 만나 폭발적인 수증기성 분화활동을 시작했다. 화산재층은 순식간에 높이 180m의 화산체를 만들며 육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화산체의 주변으로 수㎞의 거리로 화산재가 먼지 구름 형태로 빠르게 흘러가 쌓이게 된다.

그러나 성산일출봉 분화구는 바다 속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화산재 퇴적물은 파도에 의해 대부분 유실되고 분화구 중심부에서만 화산체의 형태가 남게 된다. 성산일출봉이 현재 99개의 봉우리로 마치 왕관 모양의 성체와 같은 모습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이러한 당시의 해양환경에서의 화산활동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성산일출봉은 해안선에 접하고 있어 항상 강한 파도와 바람에 의한 침식을 받고 있어 가파른 절벽을 이루고 있다. 이런 침식의 결과로 만들어진 수직의 해식애가 성산일출봉의 외벽을 이루고 있다. 성산일출봉의 외벽을 따라서 해안선을 휘돌아가면서 관찰할 수 있는 노두(露頭)가 잘 발달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분화구 내부 지층에서 부터 가장자리 지층까지 화산체의 단면을 완벽하게 드러내고 있어 수성화산의 내부구조를 연구하는데 좋은 장소가 되고 있다. 성산일출봉은 높이가 180m, 분화구 직경이 약 600m, 분화구 바닥의 해발고도는 90m이며 정상에 남아있는 분화구의 모습이 특징적이다.

▲ 성산일출봉을 육지와 연결시켜 주는 육계사주, 성산일출봉은 섬이었다.

■ 성산일출봉은 섬이었다

성산일출봉은 섬이었다. 성산일출봉을 육지와 연결시켜 주는 육계사주에는 현재 성산리로 들어가는 도로가 놓여 있다. 사주(sandbar)는 해안선과 평행하게 바다 속에서 길게 만들어진다. 고성리와 오조리 해안에서 볼 때 바다 속에서 해안선과 평행하게 만들어진 모래톱이 현재의 육계사주에 해당된다.

오조리 앞에 넓은 내수면은 조개잡이로 유명한 곳이다. 이 내수면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산갑문과 ‘터진목’이라고 부르는 수로에 의해 바다와 연결돼 있었다. 불과 5000년밖에 안되는 시기에 성산일출봉이 분화하면서 이 일대의 해안선에는 역동적인 지형 변화가 일어났다.

이른바 현세에 있었던 고지리 변화다. 성산일출봉이 분화하고, 신양리층이 퇴적되고, 육계사주를 만들고, 뒤이어서 사구(砂丘)를 만드는 해안지형의 변화가 이곳에서 발생한 것이다. ‘광치기 해안’은 실은 신양리층이 퇴적된 넓은 조간대를 가리킨다. 성산일출봉의 응회암 퇴적물은 화산폭발 당시 바다 속으로 무너져 내리고, 해류에 의해 이동되어 인근 해안에 쌓인다. 그 곳은 당시 얕은 바다였고, 조개들이 붉은 색의 스코리아(송이)와 함께 퇴적됐다.

이 신양리층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최근에 형성된 신생대 제4기 퇴적암층으로 지질학 교과서에 소개되었다. 이 층에 포함된 패류(貝類)에 대한 탄소연대측정 결과는 지금부터 4460년 전에 퇴적된 화석으로 판명됐다. 신양리층은 성산일출봉과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퇴적층이다.

 

"당시 주변 선사인들 화산활동 직접 목격 했을 것"

 

지금부터 1만년 이내에 분화한 화산을 화산지질학에서는 생화산(生火山), 즉 살아있는 화산이라고 한다. 또한 46억년이라고 하는 장구한 지구의 역사를 다루는 지질학에서는 1만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시기를 홀로세(holocene) 또는 현세(現世)라고 구분한다. 오늘날인 현재를 포함하는 이 시기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가 현생(現生), 즉 현재의 생물계와 동일한 것으로 취급한다. 그 이전의 지질시대에 살았던 생물체들은 화석종(化石種)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인류의 역사를 다루는 고고학(考古學)에서는 이 1만년 전을 경계로 하여 구석기 시대에서 신석기 시대로 바뀐다. 지구환경을 역동적으로 변화시킨 빙하기(氷河期)가 끝나고 간빙기가 시작된 것이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간빙기가 도래하면서 지구는 온난한 기후로 바뀌어 현재 우리들이 생활하기에 적절한 환경이 형성됐다.

당시 신석기인들은 지구가 온난한 환경으로 바뀜에 따라 정착생활을 하며 신석기 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결국 구석기와 신석기의 경계는 지구환경이 급변하는 빙하기가 끝나는 시점에 의해 형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으로 고산리유적이 있다. 신석기가 시작되는 약 1만년 전에 고산리에 살았던 사람들이다. 이후 신석기시대에는 제주섬 곳곳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다. 그러면 이때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생화산이라고 하는 화산체는 당시 선사인들과 함께한 화산이었으며 당시 화산활동을 직접 목격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1만년 이후의 단성화산으로는 성산일출봉․송악산, 그리고 역사시대에 분출한 화산체가 있다. 성산일출봉은 약 5000년 전, 송악산과 사람발자국 화석을 산출하는 하모리층은 3600년 전, 그리고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비롯한 문헌에 기록되어 있지만 위치가 불명확한 화산은 1000년 전에 생성됐다. 서기 1002년과 1007년, 두 번에 걸쳐 분출한 기록을 갖고 있는 화산체는 연안(沿岸)에서 폭발한 수성화산으로 추정되며, 차귀도에서 가파도 사이의 바다 속에 위치하고 있었을 것이다. 화산체는 모두 침식되어 바닷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성산일출봉이 폭발한 지금부터 5,000년 전이라고 하는 시기는 신석기시대 중기에 해당하며, 바로 이 시기에서부터 제주도 전역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제주의 고고학적 발굴 유물들은 대부분이 이 시대부터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당시 성산일출봉이 해안가의 얕은 바다에서 폭발적인 분화를 시작한 때에 인근 육지인 오조리 해안에서는 당시 선사인들이 이 광경을 직접 목격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이곳 해안에서 성산일출봉의 화산분화과정을 그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역사 이전의 시대이기 때문에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지 못할 뿐이다. 제주 화산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바로 최근세까지 이어졌던 화산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성산일출봉이 폭발하는 화산활동을 해안가에 서서 두려움과 경외의 눈빛으로 바라다 본 당시 신석기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것이 세계자연유산 제주가 세계에 내놓을 만한 화산 연구의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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