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展示행정에 줄줄 새는 血稅
무책임한 展示행정에 줄줄 새는 血稅
  • 제주매일
  • 승인 2015.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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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가 산지천에 설치된 ‘중국피난선’ 철거 작업에 돌입했다고 한다. 이 조형물은 1950년대 중국의 정치 혼란기에 산지천에 정박하며 중국인 난민(難民)들의 피난처로 이용되었던 범선(70t급)을 생존자의 증언을 토대로 재현해 만든 것. 지난 2002년 모두 22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건립한 후 제주해양 관문의 상징적인 ‘역사(歷史) 조형물’로 자리잡아 왔다.

 그러나 최근 시설물 노후로 인해 막대한 수리비가 예상되고, 중국인 관광객 유인 효과도 크지 않아 철거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피난선은 1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같은 운명에 처한 것은 또 있다. 바로 피난선 인근에 있는 산지천 ‘음악분수’다. 이 시설 또한 2002년 28억원을 들여 조성했으나 고장이 잦고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어 시설을 철거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한다. 당초 ‘제주의 명물(名物)’이 될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10년 20억원을 투자해 만든 제주시 연동 ‘신화(神話)의 거리’(그랜드호텔사거리~옛 문화칼라사거리)는 5년밖에 안 돼 결국 용도 폐지됐다. 무려 93억원을 투입한 서귀포시 정방동의 ‘서복(徐福) 전시관’도 정방폭포와 통합 운영하거나 민간 위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시설물의 공통점은 전시행정 혹은 즉흥행정으로 혈세(血稅)를 낭비한 대표적인 사업들이란 것이다. 즉 무책임한 행정의 결과물로 애당초 어떤 뚜렷한 기준이나 원칙, 향후 운영방안 등에 대한 면밀한 계획이나 진지한 검토가 거의 없었다.

 제주자치도 등은 그동안 시행착오(試行錯誤)를 빚은 사업들을 한데 모아 ‘백서(白書)’라도 만들어 반면교사로 삼아 개선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같은 잘못된 관행이 계속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부연한다면 언론이 예산을 ‘혈세’로 표현하는데 대해 공직사회 일부에선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무원들보다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겐 그야말로 ‘피 같은 돈’이다. 현재 행정과 국민간의 괴리(乖離?서로 어그러져 동떨어짐)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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