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시내버스의 파행 운행
서귀포 시내버스의 파행 운행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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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를 일컬어 ‘시민의 발’이라고 한다. 왜 시민의 발인가는 자명하다. 자가용이 증가하고 택시 수요가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서민과, 특히 학생과 직장인들에게 있어서 시내버스는 없어서는 안될 이동수단인 것이다.
그런 시내버스가 어느 날 갑자기 다니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라. ‘발’이 꽁꽁 묶여 옴쭉달싹하지 못할 것은 뻔한 이치다. 그것도 예고 없이 무단으로 운행을 중단했을 때 일어나는 혼란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시내버스는 자가용차나 택시와 달리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정류장)를 반드시 거치게 돼 있다. 시민들과 ‘무언의 약속’으로 얽어매어져 있는 공공의 자산인 셈이다. 개인 기업이지만 사익(私益)과 함께 공공의 이익을 같이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기업적 성격도 배제하지 못하는 것이 시내버스라 할 것이다.

서귀포시내를 오가는 시내버스 회사인 (주)남국교통이 지난 1일 한마디 말도 없이 시내버스 운행을 중단한 것은 시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배신행위일 뿐만 아니라, 공공의 편익을 외면한 ‘공공의 적(敵)’이자 악덕기업의 표본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망각한 무책임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운행중단이 고질적인 임금체불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운행 중단의 명분이 되거나 면죄부로 작용할 수는 없다. 이 회사는 지난 3월에도 파행 운행으로 시민 불편을 초래했었거니와, 그 동안 회사를 정상화하려는 자구노력을 얼마나 해왔는지 모르겠다.

서귀포시는 뒤늦게 시영버스를 투입하느니 운송면허를 취소하느니 하면서 법석을 떨고 있지만 운수행정이 이렇게 뒷북이나 치는 체제가 돼서는 시민들이 불안해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예방행정, 조장행정이란 명제는 어디 갔는가. 행정과 버스회사 모두 브레이크도 없이 ‘파행 운행’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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