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사회적경제의 미래
제주지역 사회적경제의 미래
  • 제주매일
  • 승인 2015.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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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호 제주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

민선6기 원희룡 도정이 출범한 지도 이제 1년을 앞두고 있다. 원 도정이 내세운 야심찬 정책 중에 ‘사회적경제 시범도시 조성’이 있다. 원 지사가 도정 철학으로 내건 ‘협치’의 주된 콘텐츠 중 하나가 사회적경제다. 그것이 ‘사회적경제 시범도시 조성’이라는 정책으로 확정, 추진되고 있다.

취임 첫 해 ‘협치’를 통한 정책추진 방향을 확정, 사회적경제 전담부서인 ‘사회적경제계’를 신설했다. 민·관 논의를 위한 ‘사회적경제 시범도시 조성 추진T/F팀’도 민간 중심으로 구성했다. ‘추진T/F팀’ 활동을 통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사회적경제 기본조례’를 제정, 제도적 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사회적경제종합발전계획’ 연구용역을 발주해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는 ‘사회적경제 기본조례’에 입각해 ‘사회적경제위원회’를 구성했다. 전국 최초로 제주도의 모든 출연기관과 사회적경제 조직이 만나서 ‘공공기관 우선구매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그 후속조치로 ‘제주도 및 산하기관 구매담당자 교육’을 개최, 지사가 직접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우선구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추후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설립, 사회적경제기업 전시·판매장 지원 등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한 생태계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경제 시범도시 조성’과 관련, 여러 가지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사회적경제를 시장경제의 주변부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달 24일 ‘제주도 경제정책협의회의’에서 발표된 ‘제주경제 활성화 종합 추진계획’에 사회적경제는 ‘영혼 없는 메아리’만 담겨져 있다.

원 지사는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사회적경제는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제3의 길’이자 미래의 큰 흐름”이라고 했다. 이처럼 시장경제와 사회적경제를 서로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융합적으로 보는 것, 그를 통한 제주지역의 경제성장을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주도 중소기업지원센터가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전시·판매장과 사회적경제조직의 활동 공간을 제공하면서 자신들의 업무에 사회적경제 영역을 융합하려고 하는 것이 좋은 예다.

둘째, 사회적경제는 주체인 당사자들이 주동적으로 활동할 때 가장 빠른 성장을 한다. 이는 영국 등 선진국 사례에서 입증됐다. 그러나 제주도는 아직 주체들의 주동성을 보장하고 있지 않다. 원 지사는 또한 인터뷰에서 “(행정은) 사회적경제 활동가와 전문가들을 돕고 뒷받침할 뿐, 관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와 요구가 직접 수렴될 수 있는 논의구조다”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듯싶다. 현재 제주지역 사회적경제 주체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사회적경제 활동가와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과 그들이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의 마련이다. 그래서 사회적경제조직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사람을 키우기 위해 인적, 물적 노력을 다하고 있다. 반면에 이를 위한 공간 마련에 대해서 주무부처는 이해관계로 인식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제주도정이 사회적경제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 사회적경제의 성장을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경제 주체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경제에 대한 좀 더 깊은 통찰이 있기를 바란다.

경제에 인문학이라는 옷을 입힌 것이 사회적경제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사회적경제조직인 ‘상티에’ 대표 낸시 님탄은 “사회적경제 행위자들은 경제를 위해 일하는 시민들이 아닌 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경제로 자리바꿈하는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경제개발모델을 원한다”고 했다. 이러한 사회적경제를 통해 지역경제가 성장한다면 ‘더 큰 제주’만이 아니라 행복이 가득한 제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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