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복지사업 통제하는 사회보장기본법
지자체 복지사업 통제하는 사회보장기본법
  • 제주매일
  • 승인 201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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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지난 제329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에 상정된 ‘제주특별자치도 노인 틀니·보청기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심사보류 됐다. 개정안은 틀니·보청기 지원 대상 노인을 확대하고 틀니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었다.

심사 보류 이유는 ‘지방자치단체 장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를 하도록 하고 있는’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때문이었다. 협의 절차가 이행되지 않고 상정돼 추후 문제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 조례 개정안은 제주도에서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를 거치지 않아 심사 보류된 첫 사례가 됐다.

사회보장기본법의 이 조항은 복지서비스의 중복을 막고, 지역간 복지형평성을 맞추고, 과잉, 낭비적 복지요소를 막으려는 취지다.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중복성 사업을 조정하는 것은 타당하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특색에 맞는 복지제도를 도입하려고 할 때 협의·조정하라는 것은 사실상 보건복지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우려되는 문제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는 지방자치 본질을 침해하는 법률 조항이라 할 수 있다. 지방자치법 제8조제1항에서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편의와 복리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다.

둘째,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협의·조정에서 불수용된 안건은 만65세 이상 버스비 지원·65세이상 효수당 지원·손주돌보미 지원 사업·장애수당 추가지급·장수수당 지급·공공산후조리원 설치·장애인 활동지원 추가지원 등이다. 대부분 정부의 지원이 미흡한 부분을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충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들임에도 불구, 보건복지부는 불수용했다.

협의조정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허락이다. 허락의 기준도 운용지침을 봤을 때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대부분은 중앙부처에 유사한 사업이 있을 때는 불수용한다고 하면서 복지서비스 확대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업에 한해서는 수용한다고 하고 있다. 복지서비스 확대 필요성의 정당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의문이다.

셋째,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는 2013년 1월부터 시행됐으며, 제주도에서는 지금까지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함에 있어 보건복지부와 협의·조정 과정을 거친 사례가 없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신설·변경된 사회보장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넷째, 법률 시행 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지자체별 복지사업들과의 형평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신설·변경하는 제도에 대해서만 보건복지부와 협의하라고 하고 있어, 이미 지자체별로 차등화돼 있는 복지사업은 이 법률에 의해 격차는 심화될 것이다.

단적인 예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추가지원 사업은 이미 전남·광주·서울 등은 지자체에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처럼 추가지원이 미흡한 지자체는 예산을 확보하더라도 보건복지부에서 불수용하면 지속적으로 추가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리는 이번 노인 틀니·보청기 지원 확대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협의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원희룡 도지사의 공약사항인 저소득 무주택 노인 주거비 지원 확대, 한부모·조손가족 등 취약가족 지원, 여성폭력피해자 자립정착금 확대 등도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최근 발표된 운용지침에 의하면 수용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복지서비스는 지역의 상황와 주민의 욕구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복지사업을 위축시키고, 복지시책 발굴을 억제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 정책수립과 집행권을 제약하는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에 대해 사회복지계 및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서는 관심을 갖고 문제제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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