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사이렌 소리에 몸이 먼저 반응해요”
“나도 모르게 사이렌 소리에 몸이 먼저 반응해요”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5.0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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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함께하는 제주’··· 제주소방서 다문화의용소방대
▲ 중국·베트남·네팔·필리핀 등 8개 나라 19명의 혼성대원으로 구성된 제주소방서 다문화의용소방대 대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다문화의용소방대원이 되고 나서부터는 사이렌 소리만 들려도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 대원들은 언제든 현장으로 달려 나갈 준비가 돼 있습니다.”

지난 18일 제주국제공항 택시 승강장. 제주소방서 다문화의용소방대(대장 백현태) 대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땀을 뻘뻘 흘렸다.

이날은 제주소방서 다문화의용소방대 대원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통역 봉사와 교통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날이었다.

이날 2명씩 짝을 지은 대원들은 제주에 도착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언어 소통의 불편을 겪지 않도록 통역 봉사에 여념이 없었다.

통역 봉사를 하는 동안 대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그런 대원들의 모습에 한 관광객은 연신 고맙다고 말한 뒤 고개를 꾸벅이고 택시에 올라탔다.

통역 봉사를 하던 한 대원은 “택시기사가 할 수 없는 통역 부분에 대해 도움을 주니 호응도 좋고 무척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2012년 7월 출범한 제주소방서 다문화의용소방대는 중국·베트남·네팔·필리핀 등 8개 나라 19명의 혼성대원으로 구성, 현재 제주시 19개 동을 관할하고 있다.

조직은 대장 아래 총무부와 지도부 2개가 있고, 총무부에는 서무반과 홍보반, 지도부에는 통역 지원반과 안전 지원반 등 모두 4개 반으로 구성돼 있다.

국제자유도시이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인한 국제안전도시인 제주에서 다문화의용소방대는 소방 활동의 보조자를 넘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양한 나라에서 모인 대원들은 관할 지역 화재·재난 현장 지원 활동 뿐만 아니라 외국인 환자를 위한 통역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제주국제공항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통역 봉사와 교통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제주의 첫 인상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대원들의 존재감은 더욱 빛나고 있다. 각자 생업이 있는 만큼 바쁜 와중에도 대원들은 봉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다문화가정에 대한 기초 소방안전시설 보급 활동에도 주력하는 등 안전 지킴이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대원들은 또 2012년 9월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WCC)를 시작으로 도내 각종 축제는 물론 행사의 안전하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 봉사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제주의 대표적 축제인 ‘2015 제주들불축제’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었던 데에는 다문화의용소방대의 활약이 그 누구보다 컸다.

최근에는 제주시 아라동에 있는 노인복지센터를 찾아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해 말벗도 돼 주고, 식사를 도와드렸다.

대원들은 실제 상황에 대비해 심폐소생술(CPR)은 물론 초기 화재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도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

류려옥 다문화의용소방대 서무반장은 “관할 지역에서 화재나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현장으로 즉각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에는 팔룽와수부하드라(35·여·네팔) 대원이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에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심폐소생술을 시행,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대원들은 교육이 끝나고 나면 다 같이 모여 저녁을 먹기도 하고,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고 외로움을 달래기도 한다.

힘들었던 적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올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도움을 받는 대상이 아닌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원들은 “이제는 사이렌 소리만 들려도 자신도 모르게 몸이 먼저 반응한다”며 “어느 곳을 가서든 소화기를 확인하기도 한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들은 서로 눈빛만 봐도 무엇을 생각하는 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단다. 실제 출범 3달 만인 2012년 10월 전국 다문화 가족 소방기술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대원들은 자신이 교육을 통해 배운 소방 지식이나 정보 등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류 서무반장은 “제복을 입을 때마다 책임감도 느끼고, 행동도 조심스러워진다”며 “앞으로도 다문화의용소방대라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바탕으로 임무를 완수해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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