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고착된 ‘도의원 재량사업비’
은밀하게 고착된 ‘도의원 재량사업비’
  • 제주매일
  • 승인 201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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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연말 제주도와 도의회는 예산을 둘러싸고 한바탕 싸움을 벌였다. 당시 논란의 중심은 그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의원들의 ‘재량사업비’였다. 지리한 공방(攻防) 끝에 결국 ‘없던 일’로 봉합됐지만 숱한 뒷말을 남겼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며 재량사업비(의원사업비)는 사라진 듯 했다. 그러나 최근 제주시 삼양동에 의원사업비(2억원)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다시 쟁점으로 불거지고 있다. 잘못된 관행이 없어진 게 아니라 은밀하게 고착(固着)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사업비는 제주도의회 안창남 문화관광스포츠위원장(삼양?봉개?아라동)이 자신의 지역구인 삼양동에 배정한 것. 명목은 삼양검은모래해변 경관조명(가로등)에 사용되는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처하겠다는 것이었다. 반영된 2억원은 하이브리드(풍력+태양열) 발전기 도입 예산으로 전해졌다.

 정작 문제는 사업의 주체가 될 삼양동주민센터가 배제된 채 이 사업이 추진됐다는 점이다.  삼양동의 한 관계자는 “해당 예산은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타당성 조사 없이 (의원사업비로) 내려와 동(洞) 예산으로 편성된 것”이라 밝히고 있다. ‘주민요구에 따른 사업’이었다는 안창남 위원장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또한 신형발전기의 경우 기존에 설치 운영된 사례를 살펴본 후 사업을 추진해야 되지만 도내외에 비슷한 사례가 없었다고 한다. 특히 발전기 설치 이후 고장 등에 따른 유지 및 관리비에 대한 고민(예산)도 없어서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웠다고 관계자는 털어놨다. 때문에 오는 2차 추경(追更) 때 관련 예산을 반납(조정)하겠다는 것이 삼양동의 입장이다.

 의원(재량)사업비가 문제가 되는 것은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이 쓰이는 것이 아니라, 도의원들의 생색내기나 선심용(善心用)으로 남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 계획조차 없이 ‘아니면 말고’식 예산 편성과 집행의 폐해는 결국 도민 몫으로 돌아온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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