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원화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원·엔 환율이 1000원대는 물론 28일 원·엔 재정환율은 7년2개월 만에 900원선이 무너졌다. 수출 중소기업들에게는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제주지역의 지난 1~2월 누계 대일 수출액은 650만 달러다. 지난해 동기보다 33.8%나 감소했다. 일본 시장 주력 수출상품인 넙치류(-11.6%)와 소라(-37.4%)·감귤쥬스(-36.7%)·백합(-77.6%) 등이 원·엔 환율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수시장 침체도 예사롭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 제주지역본부가 도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달 업황전망 건강도지수(SBHI)는 87.1에 그쳤다. 지난달 보다 11.1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조사에 따르면 도내 기업들은 내수부진과 과당경쟁, 자금부족 등을 경영의 최대 애로 사항으로 꼽고 있다. 지역경제의 ‘실핏줄’인 골목상권의 체감경기 침체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내 경기가 침체일로에 빠지면서 한국은행을 비롯해 민·관 경제 조사기관들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모두 하향조정하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제주지역은 GRDP 증가율이 전국 평균을 웃돌면서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호황이다. 한은 제주본부는 올해 제주의 경제성장률은 7%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다. 각종 지표는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체감경기는 거꾸로 하강할 개연성을 부인할 수 없다.
잠재된 위기는 반드시 현실로 나타난다. 전조(前兆)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실업률은 전국에서 가장 낮다고 하지만 ‘고용의 질’이 낮다. 저신용자와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전국 평균을 웃돈다. 지역경기에 대한 체감 온도가 확연히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돈줄이 막혀 아우성이다. 가계는 가계대로 돈 쓸 곳은 많지만 수입은 뻔해 한숨이다. 그러다보니 대출이 늘어난다. 지난 2월 기준 도내 기업대출 잔액은 6조5893억원으로 한 달 새 359억원이나 늘었다. 증가폭이 확대되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가계대출도 지난 2월말 현재 6조3378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견줘 1281억원이나 증가했다.
문제는 자금이 필요할 때 바로 조달을 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효과적으로 넘길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은행 금리는 떨어지지만 은행 문턱은 쉽게 낮아지지 않는다. 담보요구 관행도 말처럼 줄어들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니 담보여력이 부족한 도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자금조달에 진땀을 뺀다. 제주신용보증재단이 지역실정에 맞춘 다양한 보증상품을 개발해 발 빠르게 지원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저신용자나 초보기업들의 성장판을 키워주기 위해 자금지원뿐 아니라 경영 정상화를 위한 종합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정보의 부재로 휴·폐업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주저앉는 경우가 많아서다.
제주대 법률전문가들로 구성된 리걸클리닉센터와 회계사 등 충분한 인재풀을 활용, 법률과 노무·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컨설팅을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영애로를 해소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재단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앉아서 고객을 기다리던 관행에서 탈피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재단을 방문하지 못하는 소기업·소상공인들을 직접 찾아가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표현이다. 그렇지만 변하지 않으면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통해 체질 개선을 하는 제주 소기업·소상공인들에게 제주신용보증재단은 성장의 동반자로 늘 함께 할 준비가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