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면세점 6월 개관 앞둬
극심한 교통혼잡 현안 대두
아직 뚜렷한 묘안 등 없어
향후 ‘드림타워’ 까지 건설시
‘교통대란’ 넘어 ‘지옥’도 우려
종합적 대책 서둘러 마련해야
제주시 연동 신라면세점 앞 인근 도로는 그야말로 ‘무질서(無秩序)의 극치’다. 잇단 민원 제기로 도로를 점령했던 대형버스 행렬은 사라졌지만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마치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한다. 이런 상황은 오는 6월19일 문을 여는 롯데면세점에 대한 우려로 자연스레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면세점들이 신제주권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시내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이다. 2013년 제주 소재 신라와 롯데면세점의 총 매출은 5173억원. 지난해엔 약 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5.98%나 늘었다. 이 가운데 제주시 연동의 신라면세점 매출은 3960억원(66%)으로 중문단지 롯데의 두 배에 달했다. 롯데면세점이 온갖 수단을 강구해 서귀포를 떠나 제주시로 진입(進入)한 이유다.
‘돈’을 쫓는 기업의 속성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문제는 입지(立地)다. 롯데면세점이 둥지를 틀게 될 한라병원 5거리의 롯데시티호텔제주는 제주시를 통틀어 가장 교통이 혼잡한 곳으로 꼽힌다. 신광로터리~노형로터리 중간에 위치해 있어 지금도 출퇴근 시간이면 극심한 교통 혼잡을 빚고 있다. 더욱이 신라면세점과도 직선거리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아 교통난(交通難)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22일 박정하 정무부지사 주재로 관계기관 회의가 열린 것도 예견되는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하지만 뚜렷한 대책이나 묘안(妙案)은 나오지 않았다. 우선 롯데면세점이 내놓은 교통대책 자체가 부실했다.
롯데 측은 시티호텔 북쪽 신광초등학교 인근에 대형버스 20대가 주차 가능한 별도의 주차장을 확보하고 셔틀버스를 운행한다는 등의 계획을 내놨으나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하루 80~160대의 대형버스가 드나드는 현실조차 외면했다.
신광초 학생들의 등하교 안전에 커다란 위협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도 관계자가 “롯데가 내놓은 대책이 수용할 만한 여건인지 고민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제주자치도 역시 별다른 대안(代案)은 없었다.
이 같은 결과 뒤엔 ‘교통분석 예측 실패’가 자리잡고 있다. 이는 2011년 마련한 ‘롯데시티호텔제주 조성사업에 따른 교통영향 분석 및 개선대책’에 그대로 드러난다.
당시 호텔 측은 관광버스 하루 유?출입량을 2014년 30~34대, 2016년 34~42대로 예측했다. 이 계획엔 당초부터 ‘출국 전용 면세점’ 사업도 포함돼 있었다. 관련 심의위원회는 부대조건을 내걸었지만 이를 어물쩍 의결했다. 업체나 심의위원회 모두 제대로운 예측을 하지 못함으로써 지금의 혼란(混亂)을 초래한 것이다.
이에 대해 도나 호텔 측은 “2011년 심의회에 제출된 자료는 2009~2010년 데이터를 기본으로 한 것으로, 지금처럼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변명(辨明) 내지 핑계에 불과하다. 현재 도내 최고 높이의 건물(89.95m, 지상 22층)로 ‘제주관광의 랜드마크’임을 자임하는 호텔 측이 향후 10년 100년도 아닌, 5년 후도 내다보지 못했다는 게 어디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
더욱 큰 문제는 면세점 하나 더 들어서는 것으로도 난리법석인데 노형로터리에 ‘드림타워’까지 건설된 이후의 파장(波長)이다. 전반적으로 사업이 축소됐다고는 하나 ‘드림타워’는 38층 168.99m 높이에 연면적도 30만2777㎡다. 비록 높이는 줄였으나 몸집(면적)은 당초보다 고작 1% 줄었을 뿐으로, 롯데호텔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의 초(超)매머드급이다.
신제주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허물어뜨리는 등의 경관(景觀)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최악의 교통상황이 우려된다. 제주도와 사업자 측이 각종 교통개선책을 내놓고는 있으나 현실적인 처방이 될런지는 의문이다. 대규모 교통유발시설과 관련한 교통문제 대책은 국지적(局地的)인 차원에 머물러선 안 된다. 단순히 반경지역 내의 평가가 아닌 거미줄처럼 엮인 제주 도심권 전체의 영향력 평가가 선행(先行)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교통영향평가 심의는 이를 외면한 채 편법으로 이뤄져 왔다.
신라면세점~롯데면세점~드림타워로 이어지는, 이른바 ‘삼각편대’의 교통문제는 자칫 ‘대란(大亂)’을 넘어 ‘교통 지옥(地獄)’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대다수 도민들의 우려다. 관계당국은 우려가 현실이 되기 이전에 보다 종합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이에 의거해 한 도시 전문가는 ‘도시의 조건’으로 생명력(生命力)과 문화성, 그리고 공공성(公共性)을 꼽은 바 있다. 제주지역의 도시가 이들 조건 가운데 어느 한 가지라도 충족시키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