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가용 이용 따른 불편 많지만
타인 문제라며 애써 모른체
무책임한 자유가 사회 망쳐
제주 교통체증·불법주차 몸살
환경오염 비용 반드시 징수해야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에 도움
영어에 ‘침실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bedroom)’ 또는 ‘침대가 타고 있다(Bed is burning)’는 비유적 표현이 있다. 쉽게 해결할 수 있거나 다 알고 있지만 당장의 편리함을 위해 무시하거나 모르는 체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자가용을 끌고서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교통체증에 교통사고의 위험, 주차문제와 대기오염, 소음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일단 자가용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기 때문에 내 눈앞에 닥친 문제라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문제라고 모르는 체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정책 당국은 달라야 한다. 우리 제주도의 장래를 생각해서라도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편리함이 후손들에게 멍에가 돼서는 안 된다. 무책임하게 누리는 자유가 사회를 망치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소비는 경제를 붕괴시킨다.
정부지원이 얼마나 시장가격을 왜곡시키고 재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방해하는가는 옛 소련 붕괴 당시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지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당시 소련 정부의 재정으로 지원하던 빵의 가격이 실제 비용보다 훨씬 낮아 학생들이 빵으로 축구를 하거나 농부들이 돼지에게 사료 대신 빵을 먹이기도 했다.
자동차를 이용하면 직접 지불하지 않는 많은 비용이 숨어 있다. 도로의 유지·보수나 신호운영, 교통경찰 서비스 등은 국가나 지자체가 도로이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고속도로를 통행하면서 내는 통행료는 실제 화물차가 도로를 파손하는 비용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자동차를 끌고 나가는 순간부터 비용이 발생하지만 대부분은 공짜다. 우리나라는 불법주차에 대해 무척 관대하다. 불법주차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함에도 운전자는 그에 대한 비용을 거의 지불하지 않는다. 비용으로 생각했다면 불법주차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주차가 힘들었다면 애초에 자동차를 끌고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싱가포르와 북유럽의 몇몇 나라는 도로사용료를 별도로 징수하고 있다. 국토가 좁은 나라는 거의 예외 없이 거주자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1993년부터 3차례에 걸쳐 차고지 증명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국민들 반발 때문에 포기한 적이 있었다.
교통체증이나 불법주차의 문제를 도로 건설이나 확장, 혼잡비용의 징수, 지능형 교통체계 구축, 다인승차량 전용도로 운영 등으로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자가용 이용자가 도로를 사용하려면 불편해야 하고 비용 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돼야 한다.
자가용 이용에 따르는 적정한 비용의 징수에 방해가 되는 교통정책은 자가용과 경쟁하고 있는 대중교통이 몰락하게 되는 원인만 제공할 뿐이다. 자가용 이용자에게 도로사용료를 부과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게 한다면 교통수단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하게 된다. 도로에 대한 수요가 너무 많은 반면 대중교통 수요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대부분 잘못된 교통정책에 기인한다.
현재 제주도는 자가용의 급격한 증가로 교통체증에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크게 악화됐다. 앞으로 더 악화되면 됐지 개선될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자동차 운전자에게 수익자 부담원칙이 적용되도록 실제 도로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비용과 도로파손 비용 등을 도로사용료로 징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당장에는 반발이 크겠지만 주차비용을 현실화 하고 불법주차는 반드시 처벌이 된다는 보편적 인식도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고두고 우리 후손들에게 큰 짐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청정 국제관광 도시의 면모를 되살리려면 지금 당장 시행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도로수요가 줄어들면서 교통혼잡도는 개선되고, 도로의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지는 등 쾌적하고 안전한 교통환경으로 바뀐다. 또한 대중교통의 이용시간을 그만큼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활성화 하고 물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