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자주 접하게 용어 가운데 하나가 ‘마을만들기’다.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귀에 익은 것은 사실이나 그 역사는 그리 길지가 않다. ‘마을만들기’란 용어가 행정에서, 그리고 제주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6년쯤의 일이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및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정책을 수립·시행하면서 쓰이기 시작해 이제는 거의 명사화돼 통용되고 있다.
제주도에선 그 이전부터 제주지역에서 마을을 대상으로 추진돼 오던 개별사업들을 2009년 ‘제주특별자치도 특별자치마을 만들기 지원 조례’ 제정을 통해 제도적 기틀을 갖추게 됐다. 제주도 행정기구에도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도 구축됐다.
행정 조직의 경우 ‘마을발전과’ ‘마을발전지원계’ ‘마을발전지원담당’ 등으로 위상에는 부침이 있었으나 마을만들기 사업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국비를 포함한 올해 기준 마을만들기 사업 예산규모는 195억1100만원에 이른다. 특히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마을만들기추진팀이 신설되면서 행정시 차원에서 계획·추진하고 있는 사업도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마을만들기 사업의 증가는 일면 환영할 일이다. ‘마을’이라는 공간은 주민들이 살고 있는 삶의 영역이자 행정과 주민이 만나는 접점으로, 이 공간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드는 사업은 어떤 형태로든 유익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적 확대에 걸맞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느냐” 또는 “본래 의도한 사업목표를 달성하고 있느냐”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인 것만 아님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산물판매소 등 번듯하게 건물은 지었으나 실제 이용은 전무한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 예산 지원 기간이 만료되고 나면 더 이상의 추진동력을 잃어버리는 사업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잘 되고 있는 마을에만 중복 투자되거나 사업 추진 경험이 없는 마을은 소외되는, 이른바 ‘빈익빈부익부’ 등 여러 문제점이 표출돼 온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마을만들기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추진 과정상 나타난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시급하게 모색돼야 할 것이다. 특히 마련된 대안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추진할 수 있는 주체에 대해서도 논의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대안 모색 방안의 하나이자 문제 해결의 주체로, 마을만들기 사업 관련 ‘중간지원조직’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중간지원조직은 말 그대로, 마을사업을 계획하는 주체인 ‘행정’과 이를 수행하는 주체인 ‘마을’의 ‘중간’에서 사업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이를 대안으로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사발령 등으로 나타나는 행정의 분절을 대신해 연속성 있는 추진주체가 될 수 있다. 둘째, 마을 대상 사업이 여러 부서에서 추진돼 발생하는 칸막이 현상을 보완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셋째, 개별 마을의 특수성을 감안한 차별화된 컨설팅을 제공하기 위한 유기적인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서울·부산·인천 등 광역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인 완주·진안·강릉·대구 남구 등이 마을만들기사업을 지원하는 센터를 설립·운영 중에 있다. 많은 지역에서 중간지원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제주에서의 설립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음을 말해주는 한 예다. 물론 조직을 만든다 해서 그것이 바로 문제 해결로 이어지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주민과 행정을 비롯해 여러 주체의 의견을 나누고 수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에 필자는 마을만들기 중간지원조직 설립과 관련된 연속 기획 세미나를 2회에 걸쳐 개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은 향후 제주특별자치도의 ‘특별’한 마을만들기에 기여하는 중간지원조직 설립의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