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의 숙박시설 공급과잉 우려는 도내 금융권에서 먼저 나왔다. 최근 들어 은행들이 숙박시설과 관련된 대출은 가급적 피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당국 또한 이를 감지하고 있으나 행정 집행(執行)은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제주자치도가 21일 ‘해마관광호텔’ 등 2곳을 제주투자진흥지구로 추가 지정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기존에 신청된 안건의 경우 현재의 법령?제도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 고충(苦衷)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숙박시설 공급과잉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작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게 큰 문제다.
지난 2010년 109개(1만2942실)에 불과하던 관광숙박시설은 2015년 1월말 현재 278개(2만1157실)로 2.5배 이상 늘었다. 반면에 객실 가동률(稼動率)은 점차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3월말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280만명을 돌파했으나 객실 가동률이 64.4%에 그친 것은 단적인 예다.
이 같은 공급과잉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관광진흥기금’과 ‘투자진흥지구’를 꼽는다. 일례로 관광진흥기금을 지원받은 곳 가운데 관광숙박시설 비율은 올해 상반기만 92%였다. 지난 2005년부터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된 49곳도 무려 71%가 숙박시설이다.
숙박시설 공급과잉은 결국 상대가 무너질 때까지 출혈(出血) 경쟁을 하는, 이른바 ‘치킨게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자본이 영세하거나 시설이 노후한 기존 사업자들에겐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제주도 관계자도 2016년 이후 숙박시설 공급과잉을 우려하고 있다. ‘대란(大亂)’이 일어나기 전에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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