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중국인과 자동차
중국과 중국인들 얘기로 늘 시끌시끌한 제주에 이번에는 중국인들의 도내 렌터카 운전 허용을 놓고 논란이 적지 않다. 중국인들의 운전 허용은 ‘관광활성화 차원 등에선’ 마땅히 환영할 일이지만 그 정책에 있어서 중국인들의 여러 상황도 잘 이해하고 고려할 일이다.
중국에는 현재 약 2억5000만명 정도가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는데 운전면허 취득 시기가 1년 미만은 30000만명 정도다. 여기에 절대적으로 자동차 보유대수가 적으니 소위 ‘장롱면허’도 많을 것이다. 급격히 자동차가 늘어나다 보니 초보 운전자 또한 많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워낙 넓은 대륙이라 도시들 대부분이 평지에 건설되어 있다. 도로들 역시 거의가 평평하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일상에서 언덕을 운전할 일은 거의 없다. 남쪽 지방 사람들은 겨울 운전 경험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런데 제주에서 꼭 가야 할 곳은 거의 다 언덕이고 겨울 한라산으로 가는 길엔 눈도 많다.
경험상 중국인들의 운전 습관은 상당히 자유분방한 편이다. 교통 법규보다는 자신의 편의에 우선하여 운전하는 모습이나 차창 밖으로 쓰레기를 내던지는 것 정도는 쉽게 보게 되는 불편한 장면이다. 중국이 온갖 것에서 세계 1등을 하는 나라가 되었지만, 부정적인 흡연율과 자동차 사망률도 세계 1등 수준이다.
중국의 운전 문화가 결코 성숙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보다 자동차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와 사람의 공존은 늘 위태로워 보인다. 선진적인 유럽 국가는 어떤 경우든 자동차보다 사람을 우선시 하지만 중국은 아니다. 중국에서는 자동차를 세워 사람을 선행하게 하는 배려는 보기 어렵다. 굳이 표현하자면 한국은 그 중간 정도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국은 홍콩과 달리 운전석 위치가 우리와 같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한중 양국은 상호간 국제면허가 인정되지 않고 있어 한국인이 중국에서 운전을 하려면 반드시 중국 면허증을 취득해야 하는데 중국인들이 자국 면허로 제주도에서 운전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또 하나 제주가 주는 파격이 되는 셈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제주에서의 운전만큼은 사람을 우선시 하고 환경을 아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인도해야 할 일이다.
누군가 한국인으로 중국에 살며 “어떤 변화가 가장 크게 느껴졌냐”고 물어본다면 “자장면과 치킨에 보쌈이며 떡까지 배달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중국 생활이 편리해졌다는 것”이 으뜸이다. 반면 둘째는 “한국 도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한적하고 쾌적했던 도시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자동차 홍수로 인한 불편은 이제 한국보다 심해졌다.
한 때는 얼마를 달려도 마주 오는 차량 하나 만날 수 없는 ‘대통령 고속도로’ 시절이 있었다. 지금 그 도로에는 휴일도 평일도 없이 상습적으로 병목 현상이 ‘상주할 정도로’ 자동차가 늘었다. 대도시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도로가 생겨나는 통에 길 익히기가 바쁜데도 자동차 증가 속도를 따라 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극심한 정체 현상은 어디에도 있고 또 어디든 세우면 공짜 주차장이었던 공간들은 다 사라졌다. 서울에 비해 ‘초(超)염가’였던 주차비는 많이도 올랐고 주차 전쟁으로 이웃과의 분쟁도 끊이질 않는 인정머리 없는 도시가 됐다.

중국에 자가용 시대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을, 그 넓은 고속도로들이 시도 때도 없이 주차장이 될 줄을, 넓은 땅을 가진 나라에서 주차난이 이렇게 극심할 줄 누가 알았던가? 중국은 어느 새 ‘자전거 왕국(王國)’에서 ‘자동차 황국(皇國)’이 됐다. 한 해 2000만 대가 넘는 자동차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시장이고, 세상의 모든 브랜드를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자동차 전시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계의 자동차 기업들은 모두 한결같이 중국 시장에 몰입해 있다. 작년까지 중국인들의 승용차 보유량은 1억2000만대에 조금 못 미치는데 묘하게도 그 수치가 해외여행을 한 연인원과 비슷하다. 만약 중국의 1인당 자동차 보유대수가 미국 수준까지 늘어나는 시기가 된다면 모두 6억대 정도다. 그래서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어찌 보면 아직 여물기도 전의 시장인 것이다. 중국에 처음 자동차가 출현하고 100여 년이 지나가면서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을 만들어 낸 것이다.
100여년이나 걸렸지만 원래 중국인들의 물건이 아니었으니 어찌 보면 100여년밖에 안 걸렸다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른다. 막 개혁개방을 시작한 중국은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자국산 자동차 외에, 미래를 위한 선진적인 자동차 제조 기술의 필요에 절실함을 느끼고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의 자동차 기업들에게 협조를 요청한다.
그러나 당시 막 새로운 세상과 만나기 시작한 중국의 모습은 정말 황량하기 그지없는 빈국인지라 결코 물건을 팔만한 시장으로 보여지지 않았기에 외국기업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국민차를 잘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독일 기업이 과감히 투자 결정을 내린다. 당시 중국 상황에 비춰볼 때 무모하리 만큼의 과단(果斷)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결정은 독일 기업이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독과점에 가까운 시장 상황을 오랫동안 유지하게 했고 지금까지도 독보적인 위치에 있게 한다. 적확한 시장 분석과 과감한 결정이 가져온 선물로서, 글로벌 기업들이 외쳤고 지금도 외치고 있는 “중국 시장 선점!” 이라는 대표적 사례가 됐다. 미래 시장을 올바로 예측한 혜안과 과감한 결정에 대한 값진 선물을 받은 예이다.
실제로 중국의 모든 인민들이 자가용을 보유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주차 문제며 도로 문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엄청난 양의 연료가 걱정되기도 한다. 중국이 작지 않은 규모의 산유국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어느 정도의 시간이나 감당해낼 수 있을까 의문이다.
중국인들의 자동차 소비 추세야말로 지구촌을 위해서 대체 연료가 필요한 또 하나 결정적 이유가 되고 있다. 다행인지 중국의 야망은 명확하게 미래 자동차에 있다. 중국 정부의 전기자동차 개발에 대한 열정과 실제 투자는 매우 적극적이고 놀라운 규모다.
전기자동차만큼은 세계에 뒤지고 싶지 않은 강한 욕망을 가지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것들이 뒤쳐졌고, 그런 세계의 것들을 쫓아오느라 숨이 차지만 전기자동차 분야에서만큼은 한 판 자존심을 건 듯 하다.
정말 어느 날인가 중국인들이 멋진 전기자동차를 타고 유럽으로 랠리를 떠날지도 모를 일이다. 전기자동차는 물론 한국의 이 산업 저 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일들이 연속해서 중국발로 올 분위기다.
독일과 손잡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급성장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하며 자국의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해 미국과 일본에 손을 내밀었다가 퇴짜를 맞고 독일과 손을 잡았지만 사실 중국과 자동차 그리고 유럽인들과의 인연은 아주 오래 전부터였다. 100여년 전, 파리와 베이징 다시 파리로 돌아가는 제1회 대륙간 랠리가 열렸다. 1907년 3월 파리의 한 신문에는 이 랠리를 알리는 광고가 실렸는데 이 흥미로운 광고는 곧바로 여러 국가에서 25명의 참가자들을 신청케 하였다. 당시 청(淸) 정부는 프랑스인들이 하려고 하는 ‘이상한 행사’의 뜻을 파악하지 못해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등 저항했다. 그러나 베이징 주재 여러 나라 대사들의 압력으로 결국 대회는 진행된다. 당시는 8국 연합군에 의해 의화단의 난이 진압된 직후로서 양인(洋人)들이 중국인들을 호령하며 기세가 등등했던 시절이라 청 정부도 거절할 수 없었던 가엾은 역사가 배경이기도 하다. 파리를 출발한 25명 중 열악한 도로 사정으로 상당수가 중도 탈락해 돌아가고 최종 5명만이 베이징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에 비해 극히 열악한 도로 상황에다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자동차 수준이었으니 말하지 않아도 상당히 험난한 여정이었음은 족히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1907년 6월 베이징을 출발해 파리로 되돌아가는 길에는 5명의 선수를 위한 인부와 가축들로 구성된 대규모 식량․연료 보급 부대가 결성됐다고 한다. 이들이 끌고 밀며 내몽고 초원을 거쳐 2달 뒤에 파리에 도착하게 되는데 최종적으로는 이태리 귀족이 우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100여 년, 오늘날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나라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