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결국 사퇴(辭退) 의사를 밝혔다. 하루 전까지도 “국정의 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던 이 총리는 20일 자정 무렵 전격 사의를 표했다. 청와대도 이를 확인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후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다.
“목숨까지 내놓겠다”며 버티던 이 총리가 끝내 무릎을 꿇은 것은 야당의 전방위 공세에다 우군이라고 믿었던 여권마저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날 새누리당은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선(先) 사의표명 후(後) 처리’ 방안을 마련해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사퇴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그 무엇보다 싸늘하게 식은 민심이었다. 여기엔 잦은 말 바꾸기로 불신(不信)을 초래한 총리 자신의 책임이 크다. 국민들은 ‘사태의 본질’을 떠나 금방 들통 날 일마저 거짓 둘러대기로 일관한 이 총리에게 ‘인간적인 절망감’까지 느꼈다. 이로써 이완구 총리는 사실상 역대 ‘최단명’이란 불명예를 기록하게 됐다.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길로 돌아가게 된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인 셈이다.
총리 사퇴와 관련 새누리당은 “이제 정쟁에서 벗어나 산적한 개혁추진과 민생경제 입법에 매진해야 한다”며 야당의 협조를 주문했다. 반면에 새정치민연합은 “이 총리 사퇴는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부정부패(不正腐敗) 문제에 대해선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여야 모두 ‘성완종 게이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국민적 정서 또한 짙게 깔려 있다. 그러기에 그동안 드러난 비리를 그냥 덮고 가서는 안 되며, 이 기회에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 한다.
다만 이에 대한 수사는 검찰에 맡기고 정치권은 민생(民生) 살리기와 공무원연금개혁 등 제반 현안에 매진하길 바란다. 지금 국민들은 끝 모를 부정부패에 격심한 분노를 일으키는 한편으로 여야의 정쟁(政爭)에도 신물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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