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4·3사건으로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평생 기다린 순임의 나이는 이제 일흔이 넘었다. 순임은 울고 있는 남동생을 두고 어머니를 부르러 가는 길에, 친구들과 놀이에 빠졌다. 놀이를 하던 순임은 어머니를 부르러 가지 못하고, 남동생은 울다 지쳐 죽게된다. 4·3이 발발하고 60여년이 흐른 뒤, 제주4·3평화공원에 모셨던 아버지의 위패가 ‘불량위패’라는 이유로 철거하게 된다. 그 후 순임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문중묘에 모시려 하지만, 가족들은 전부 반대하고 있다.
놀이패 한라산(대표 김현철)이 오는 24~25일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 무대 위에 올리는 ‘사월굿 꽃사월 순임이’는 이런 내용을 담았다. 해방을 비롯해 제주4·3사건, 그리고 오늘날까지 꿋꿋이 삶을 지켜온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다.
공연에서는 딱딱한 형식의 창작마당극을 벗어나 관객들의 신명을 돋우는 한 마당도 펼쳐질 예정이다. 윤미란 대표가 연출하고 한진오씨가 대본을 쓴 이 작품에는 한송이·우승혁·김현철·고희숙·양근혁씨 등이 출연한다.
24일은 오후 7시30분, 25일은 오후 4시와 오후 7시30분에 공연된다. 입장료는 일반 1만원, 청소년 5000원이다.
김현철 대표는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은 엄청난 질곡의 세월을 살았다”며 “우리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잘 이겨내셨다고, 당신들의 삶이 결코 잘못된 선택이 아님을 알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1987년 창립한 놀이패 한라산은 그동안 제주4·3의 역사적 의미와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예술로 승화하기 위해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문의)010-4690-47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