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철쭉과 진달래

철쭉과 진달래는 우리나라 산야의 봄을 대표하는 식물이다. 전국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철쭉과 진달래는 ‘조경수’로도 대접을 받아왔다. 또한 그냥 보기에는 같아 보이지만, 살아가는 여건이 다른 등 차이점이 있다.
철쭉과 진달래를 구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개화시기는 일반적으로 진달래가 다소 빠르며, 이 때 잎이 없어 철쭉과는 구분 된다.
무엇보다 꽃의 생김새에서 차이가 확실한데, 진달래는 꽃잎에 반점이 거의 없고 색상이 균일하지만 철쭉은 반점들이 퍼져 있다. 또한 꽃봉오리의 기부를 만져보면 진달래류는 끈적임이 없는데, 철쭉 종류는 끈적임이 있어 개화 전에도 어느 정도는 구분이 가능하다.
우리가 아는 봄철 화전놀이의 재료는 진달래이며, 철쭉은 독성이 있어 식용할 수 없고 야외활동 시에도 주의가 요구된다.
같은 맥락에서 진달래류는 먹을 수가 있어 참꽃으로 불리기도 하며, 철쭉은 식용을 할 수 없기에 개꽃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한반도에 분포하는 철쭉의 학명(R. schlippenbachii )을 보면, 1854년 철쭉 등 한국식물을 처음으로 수집한 독일의 해군제독(B. A. Schlippenbach)의 이름에 비롯한 것으로 우리나라 식물사에 있어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다.
■산철쭉·털진달래·참꽃나무는 자생진달래
제주도에 자생하는 진달래과 진달래속(Rhododendron)에 해당하는 종류로는 산철쭉, 털진달래, 흰진달래, 산진달래, 참꽃나무, 한라산참꽃나무 등 모두 여섯 종류가 있다. 이중 우리가 많이 접하는 자생 진달래류로는 산철쭉, 털진달래, 참꽃나무가 대표적이다. 특히 산철쭉과 털진달래는 한라산 고산지역의 봄철 특유의 경관을 만들어 주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그리고 흰진달래는 진달래 중 꽃이 흰색인 종류를 말하며 매우 드물게 관찰되는 종류다.
털진달래는 한라산의 고산지역 등산로 주변에서 많이 접하는 식물로,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피며 4월말부터 영실 선작지왓 주변을 홍색으로 물들인다. 자라는 모습은 숲속에 있을 때와 개방된 지역에 자랄 때 다소 차이를 보이는데, 선작지왓 같이 개방된 지역에서는 특유의 둥글고 빽빽한 수형을 보이지만, 숲속에서 자라는
경우는 일반 관목류 처럼 앙상한 형태의 수관을 보인다. 진달래에 비해 어린가지와 잎에 털이 많아 진달래의 한 변종으로 구분이 되는데 최근에는 진달래의 고산지역 개체변이로 보는 견해가 많으며 진달래와 같은 종으로 취급하고 있다. 한반도 내륙에서는 진달래의 경우 화강암지대에 주로 분포하는 특징이 있는데, 일본의 경우는 대마도에만 자라며, 중국도 화강암지대 일부에만 분포하고 있어 한반도 지역이 진달래의 분포에 있어 중요한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산철쭉은 형태적으로 철쭉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철쭉의 잎이 계란을 엎어놓은 모양의 넓은 타원형인 반면, 산철쭉은 잎이 긴 타원형에다 잎의 앞면과 뒷면에 긴 털이 있다. 산철쭉이나 철쭉 모두 꽃봉오리의 기부를 만지면 끈적임을 느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철쭉의 잎과 꽃에는 맹독성은 아니지만 안드로메도톡신(andromedotoxin)이라는 독성분을 함유하고 있으며, 계절이 변할수록 그 함량에도 차이를 보이는 특징이 있다. 야외 활동 시에는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다.

한라산지역에서 산철쭉과 털진달래는 그 분포범위에 있어 조금 차이를 보인다. 산철쭉은 분포범위가 비교적 넓은 편으로 해발 약 100m 이상의 저지대 계곡이나 오름 정상부를 따라서 분포하기 시작하며, 한라산 아고산지역 전역과 백록담 능선지역까지 자란다. 특히 저지대 오름의 정상부에 수목이 자라지 않고 화구벽 흔적이 남아있거나 나출된 바위들이 있다면 거의 산철쭉이 분포하고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털진달래는 해발 400m이상의 계곡사면을 따라 분포하며 고산지역 오름의 정상부와 아고산지역에 넓게 분포해 한라산 정상까지 분포하는 차이가 있다. 두 종류 모두 하천변에 주로 분포하는 것을 보면 습기를 좋아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산철쭉은 보다 계곡 쪽에 위치하고 진달래는 계곡사면에서 인접한 숲까지 분포하는 차이가 있다.
실제로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보면 산철쭉이나 진달래보다는 외국산 철쭉을 더 많이 접하게 된다. 우리나라에 외국산 철쭉이 들어 온지는 매우 오래된 일로 조선시대 초기에 이미 일본에서 진상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다. 조경적인 용도가 주라고 할 수 있지만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철쭉류를 보면 외국에서 도입된 품종들이 대부분으로 이름조차도 생소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자생종들이 종자수집이나 재배과정의 시간소요 등 어려운 점이 있는데 반해 도입품종은 자생수종보다는 화려하고 조경적인 가치가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자생 철쭉과 진달래에 대한 다양한 품종 개발을 서둘러야 하겠다.
<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