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 알아보는 안목 갖추기
많은 전시 보며 흐름까지 파악
보고 싶어지면 살 준비된 것
본인의 눈이 먼저, 조언은 다음
비싼 것?이름에 현혹되지 말 것
소박한 1점도 컬렉터의 시작
지난 주말 서울에서 지인 한 분이 갤러리를 방문했다. 진한 커피 잔을 앞에 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제주색깔이 느껴지는 미술품 1점을 구입하고 싶다며 미술품 구매방법과 작품 선택까지 등등 조언을 원했다. 그분은 3년 전 인사동에서 내 판화작품 1점 구매가 처음이라고 앞으로 다양하게 작품을 소장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제주색깔? 제주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제주만의 색깔, 느낌을 어떤 기법으로 표출해낸 작품을 말하는 것일까? 이런 작품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분에게도 스스로 작품을 알아보고 구입하는 ‘컬렉터’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술사적 용어의 컬렉터(collector)는 물품의 수집자, 특히 미술품의 수집가나 수장가를 의미한다. 로마시대부터 본격화됐다. 중세에는 메디치가나 율리우스 2세 등 ‘유명한’ 컬렉터들이 수 없이 많다. 근대에서는 미술관이나 연구소의 기초를 만든 카몬도 가, 앙리 체르누스키, 가리에라, 모로조프, 시추킨 등을 들 수 있다.
동양에선 제왕의 미술품 수집은 고대 중국으로 소급된다. 송대 이후 문인 취미의 발흥에 이어 지식
인으로서 서화나 골동의 감식과 소장을 겸하는 자가 많이 나타나 감식가라고 불리워졌다.
좋아하는 작품, 좋아하는 작가에 그 작품이 자꾸 떠오르고 보고 싶어지면 이 컬렉터는 구입할 준비가 돼 있는 셈이다. 좋은 컬렉터는 미술관, 갤러리를 찾아다니며 될수록 많은 전시를 보며 안목을 높이고 흐름까지 파악한다.
무엇보다 본인의 눈을 먼저 믿고 전문가의 조언은 그 다음이다. 작가를 직접 만나보고 결정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 중 하나다. 작품 구입 시 반드시 직접 보고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리플렛이나 블로그에 올려놓은 작품은 색깔에서 약간의 오차가 발생한다. 그리고 처음 미술품을 구입할 경우 투자에 집착하지 말고 너무 비싼 것을 사려고 하지 말고 이름에도 현혹되지 않고 선택한다면 후회 없는 작품을 구매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투자로서의 작품 구입은 미술사적인 평가나 ‘오름세’에 있는 작가가 안정적이다. 신진작가에게 투자할 때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평도 주목해서 체크해 볼 만 하다. 신문·잡지·인터넷 등으로 미술시장의 최신 흐름에도 주시해야한다. 작품 구입시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의 진위 감정서·작품 보증서를 꼭 요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적 아트 컬렉터인 ‘프랑소아 피노’라는 컬렉터는 프랑스의 거대 부호로 세계적 경매회사 ‘크리스티’의 소유주 이기도 하다. 프랑스 부호가 베니스 그란데 운하에 있는 전시장 ‘팔라조 그라시’를 사들여 우리에게도 익숙한 일본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통해 개조한 개인 미술관은 현대 미술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미술관에는 자신의 개인 컬렉션 및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프랑소아 피노’는 베니스를 문화의 도시로 재 부활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다. 도시 정체성이 한 개인에 의해 바뀐 훌륭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 대표적 컬렉터로는 리움미술관 ‘홍라희 관장과 제주에도 들어선 아라리오미술관의 김창일 회장 등을 들 수 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컬렉터는 아니더라도 자기 집 거실에 걸어놓으면 어울릴 것 같은 작품 1점을 선택하기 위한 노력이 바로 컬렉터의 첫 시작이 아닐까 한다.
현대미술에서 미술시장에서 ‘권력’은 컬렉터와 딜러의 손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에 대한 평론 대신 컬렉터·딜러들의 역할로 인해 작품가격으로 작가와 작품을 기억한다는 게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과는 별개의 현상이다.
미술의 흐름에 컬렉터·딜러들의 취향과 영향력을 무시 할 수는 없지만 건강한 미술문화의 바탕은 작가들의 창작정신, 창작활동 중심으로 비판적 시각을 갖춘 전문가들이 함께 이루어져 나가야 한다고 본다. 따뜻한 봄날 고사리 꺾는 재미도 좋겠지만 가까운 전시장 나들이를 통해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면서 그림에 대한 안목을 넓혀나가는 것도 의미 있는 값진 시간이 될 것이다.